신학 산책 (29) 마리아 : 평생 동정이신 어머니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마태 1,23).
마태오 복음서는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동정으로 잉태하였음을 알려준다(또한 루카 1,26-38 참조). 동정 잉태라는 사실은 자칫 우리에게 예수님의 출생에 관한 신비로운 기적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마치 ‘동정녀가 아들을 잉태하고 낳을 수 있는가’라는 생물학적 질문에 대해 ‘하느님(성자)이시기에 신비롭게 태어나셔야 한다.’라고 대답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복음서의 동정 잉태가 뜻하는 것은 예수님의 탄생이 “모든 인간적 이해력과 가능성을 초월하는 하느님의 업적”(가톨릭교회교리서, 497항)이라는데 있다. 즉 “마리아의 동정성은 강생에서 취하신 하느님의 절대적 주도권”(가톨릭교회교리서, 503항)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교회는 마리아께서 예수님을 동정으로 잉태하셨을 뿐 아니라, 평생 동정으로 사셨음을 고백하고 있다. “그[교회] 안에서 신자들은 ... ‘우리 주 천주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이시며 영광스러운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를’ 기억하며 공경한다”(교회헌장, 52항).
하지만 일부 개신교에서는 성경이 예수님의 형제자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마리아의 평생 동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저 사람은 목수로서 마리아의 아들이며, 야고보, 요세, 유다, 시몬과 형제(αδελφοs, 아델포스)간이 아닌가? 그의 누이들(αδελφαι, 아델파이)도 우리와 함께 여기에 살고 있지 않는가?”(마르 6,3). 그러나 형제, 자매로 쓰인 그리스어 ‘아델포스, 아델파이’는 실제로 친 혈육의 관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마르코 복음 6장 17절에는 헤로데의 ‘동생(αδελφου)’ 필리포스가 나오는데 실제로 필리포스는 헤로데의 친 혈육이 아니라 이복동생이며, 또한 마태오 복음 5장 22절에서 24절까지 4번 나오는 ‘형제’라는 단어는 넓은 의미의 형제를 뜻한다. 더 나아가 예수님께서는 ‘형제’라는 단어를 영적인 새 가족의 의미로 사용하셨다 :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αδελφοs)요 누이요 어머니다”(마르 3,35). 그러므로 예수님의 형제자매는 친 혈육이라기보다는 가까운 친척(사촌)으로 보는 것이 맞다(성 예로니모의 「복되신 마리아의 영원한 동정」 참조).
아울러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하신 말씀(요한 19,25-27 참조), 즉 사랑하는 제자와 어머니를 새로운 모자(母子)관계로 이어주시는 말씀 뒤에 나오는 ‘그 제자가 마리아를 자기 집에 모시게 되었다’는 사실 또한 마리아의 평생 동정을 뒷받침해준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초기교회 공동체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 어머니 마리아를 돌볼 다른 자녀들이 없었기에 예수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제자에게 마리아를 맡기신 것’으로 여겨 왔다. 초기 교회의 교부들뿐 아니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역시 이 사실로부터 마리아의 평생 동정을 가르치고 있다.
[2015년 10월 4일 연중 제27주일(군인 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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