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산책 (50) 성령 받으셨어요? 2,000여 년 전 오순절에 예수님의 제자들 위로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내려앉았고,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다른 언어들로 말하였다(사도 2,1-4 참조).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도 성령께서 오실 때 이러한 극적인 체험을 하였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성령을 받기는 한 것일까? 혹 성령세미나 등을 통해 이상한(신령한) 언어를 해야만 성령을 받은 것일까? 오순절에 성령께서 내려오신 후,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에 관한 설교를 마치면서 다음과 같이 권고하였다. “저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여러분의 죄를 용서받으십시오. 그러면 성령을 선물로 받을 것입니다”(사도 2,38). 실제로 우리는 세례를 받을 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으므로, 세례를 받는 순간 모두가 각자 성령을 받게 된다. 따라서 세례 받은 우리는 성령을 받은 사람들이며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성령의 성전” (1코린 6,19)인 것이다. 그렇다면 성령을 받았음을 우리는 어떻게 느낄 수 있는가? 성령을 받는 순간, 어떤 특별하고 경이로운 체험이 있어야 하는가? 바오로 사도는 ‘성령을 받는 것’과 관련하여 어느 한 순간의 특별한 체험보다는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다양한 선물(은사 : χαρ?σμα 카리스마)을 언급한다. “어떤 이에게는 성령을 통하여 지혜의 말씀이, 어떤 이에게는 같은 성령에 따라 지식의 말씀이 주어집니다. 어떤 이에게는 같은 성령 안에서 믿음이, 어떤 이에게는 그 한 성령 안에서 병을 고치는 은사가 주어집니다. 어떤 이에게는 기적을 일으키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예언을 하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영들을 식별하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여러 가지 신령한 언어를 말하는 은사가, 어떤 이에게는 신령한 언어를 해석하는 은사가 주어집니다”(1코린 12,8-10). 교회 역시 성령께서 내려오시는 순간의 ‘체험’보다는 성령께서 주시는 다양한 ‘성령의 선물’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성령께서는 … 당신 은혜를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각 사람에게 나누어 주시며’(1코린 12,11) 모든 계층의 신자들에게 특별한 은총도 나누어 주신다”(교회헌장, 12항). 이처럼 우리는 각자가 받은 하느님의 선물(은사)을 통해 성령을 받았음을 확신할 수 있으며 이 선물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성령 안에서 믿음’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이미 ‘성령의 은사’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우리로 하여금 ‘성령께서 언제 어떻게 오셨는가’에 관심을 갖게 하기보다는 ‘성령을 받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게 한다. 우리는 세례를 받을 때 성령을 받았고,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성령과 함께 성령의 선물(은사)을 주셨다. 우리는 각자 자신이 받은 은사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그 은사에 맞갖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 다름 아닌 ‘성령을 받았음을 증거’하는 삶인 것이다. [2016년 4월 17일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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