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산책 (52) 가장 큰 은사(성령의 선물)는?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에서 다양한 은사를 받은 각각의 사람들을 언급하는데, 놀랍게도 그 순서를 정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교회 안에 세우신 이들은, 첫째가 사도들이고 둘째가 예언자들이며 셋째가 교사들입니다. 그다음은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들, 그다음은 병을 고치는 은사, 도와주는 은사, 지도하는 은사, 여러 가지 신령한 언어를 말하는 은사를 받은 사람들입니다”(1코린 12,28). 언뜻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은 한 공동체 안에 있는 신자들에 대해 서열을 정한 것처럼 이해할 수도 있다. 마치 ‘병을 고치는 은사를 받은 사람’이 ‘지도하는 은사를 받은 사람’보다 더 존경받아야 하고 더 권위를 가져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바오로 사도는 왜 이 순서를 정했을까? 어쩌면 코린토 신자 공동체 내에서 각각의 다양한 은사를 받은 신자들이 자신이 받은 은사가 더 좋은 것이며 더 특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을 수도 있고, 서로의 은사를 놓고 어느 것이 우선이어야 하는지 말이 많았을 수도 있다. 이러한 혼란의 상황에서 바오로 사도는 어쩔 수 없이 다양한 은사의 순서를 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순서나 서열이 아니었다. 바오로 사도는 은사의 순서를 매긴 후, 가장 큰 은사가 따로 있음을 가르친다. “여러분은 더 큰 은사를 열심히 구하십시오. 내가 이제 여러분에게 더욱 뛰어난 길을 보여 주겠습니다”(1코린 12,31). 그는 앞서 언급한 그 많은 은사보다도 더 크고 뛰어난 은사가 있음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그 은사는 다름 아닌 ‘사랑의 은사’이다.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와 천사의 언어로 말한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요란한 징이나 소란한 꽹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고 모든 신비와 모든 지식을 깨닫고 산을 옮길 수 있는 큰 믿음이 있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모든 재산을 나누어 주고 내 몸까지 자랑스레 넘겨준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1코린 13,1-3). ‘사랑’은 모든 은사 중에 가장 크고 가장 뛰어난 은사이며, 동시에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걸어가야만 하는 가장 크고 가장 뛰어난 길이다. 즉 우리가 성령을 통하여 받는 가장 큰 선물은 사랑인 것이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로마 5,5).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부들 또한 평신도들이 자신의 삶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를 사랑하고 아버지 안에서 세상과 인간을 사랑하도록 재촉하시는 성령의 인도를 받아”(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29) 사랑의 삶을 살아갈 것을 당부하고 있다. 성령을 받으셨습니까? 그렇다면 사랑하십시오. [2016년 5월 1일 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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