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산책 (59) 교회: 성부에게서 성자로, 성자에게서 사도들에게로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마태 16,18). 이는 예수님께서 베드로의 신앙 고백(마태 16,16 참조)을 들으신 후 사도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이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교회의 설립과 기초를 밝히는 토대가 되었다. “주님께서는 보편 교회를 사도들 가운데에 세우시고 사도들의 으뜸인 복된 베드로 위에 지으셨으며, 예수 그리스도 친히 그 머릿돌이 되셨다”(교회헌장, 19항).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도들 위에 세우셨다’는 가르침은 단지 2,000여 년 전, 교회가 어떻게 설립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데에만 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사도(使徒)’로 불림을 받게 된 것은 예수님과 함께 활동하면서 교회의 설립에 참여했기 때문이 아니라, “예수님으로부터 파견 받아 복음을 선포하는 사명을 받은 이들”이기에 사도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마르 3,13-14 참조). 실제로 사도는 그리스말로 ‘αποστολοs(아포스톨로스)’라고 하는데 이는 ‘파견된 자’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 가르침 안에는 ① 성부 하느님께서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파견하시어 구원 사업을 시작하셨고 ② 이 구원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파견하셨다는 두 가지 고백이 담겨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 가르침은 교회가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세상과 역사 안에서 어떠한 사명과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원천을 밝혀주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맡기신 ‘복음 선포의 사명’은 이 세상 끝날 때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사도들이 죽었다고 하여 그치거나 포기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사명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가? 이에 대해 교회는 “주교들이 신적 제도에 따라 사도들의 자리를 계승”하였으며, “사도들이 주교로 세운 이들과 우리에게까지 이르는 그 후계자들을 통하여 사도 전승(traditio apostolica)이 온 세상에 천명되고 보존되는 것”(교회헌장, 20항)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사도 전승 : “교회는 사도로부터 이어 온다” 성부의 파견 → 성자의 파견 → 사도의 파견 → 주교의 파견 → 후임 주교의 파견 또한 ‘교회가 사도로부터 이어 온다’라는 가르침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사도적 특성을 보여준다. ‘복음 선포의 사명’을 갖고 파견으로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단지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인 주교들만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전체 교회), 즉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기 때문이다. “전체 교회는 온 세상에 ‘파견’되었으며, 교회의 모든 지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 파견에 참여함으로써 사도적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863항) 그러므로 마르코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은 바로 지금 우리들을 세상에 파견하시면서 ‘사도적’ 삶을 살 것을 당부하시는 것이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2016년 6월 26일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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