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장애인과 인권
‘장애’가 아니라 ‘사람’을 보아야 합니다 “장애인의 몸은 고깃덩어리가 아니다. 점수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장애등급제를 폐기하라.” 서울 광화문역 지하보도에 장기 농성장이 하나 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장애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이 지난 2012년 8월 21일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의 폐지를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으니, 벌써 만 4년을 넘어 바삐 발걸음을 옮기는 수많은 이들의 무관심 속에서 외롭지만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장애등급제’는 의료적 기준에 따라 장애 등급을 나누어 차등적으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장애인 개개인의 환경과 경제적 수준 등을 반영하기 어렵고, 장애인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기보다는 수혜대상자라는 인식을 고착시키고, 장애 정도에 따라 사람을 등급으로 분류함으로써 심각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부양의무제’란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빈곤층이라도 직계 부양의무자가 일정 부분 소득이 있거나 일정 기준 이상의 재산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도록 한 것입니다. 즉, 가족 가운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의 취업여부를 떠나, 수급이 줄어들거나 수급이 끊기게 됩니다. 따라서 부양의무제가 오히려 복지사각지대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일어나 가운데로 나오십시오. 당신의 자리는 거기가 아닙니다. 일어나 가운데로 나오십시오. 당신에게는 모든 이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누가 당신더러 그곳에 있으라고 했습니까? 누가 당신더러 아무 시선 없는 곳에 숨으라고 했습니까? 당신의 오그라든 손이 보기 싫어 숨으셨습니까? 당신의 오그라든 손이 보기 싫다고 없어지라고 했습니까? 일어나 가운데로 나오십시오. 당당하게 주저하지 말고 당신이 있어야 할 곳, 내가 초대하는 곳으로 기쁘게 나오십시오. 더 이상 자신을 숨기지 마십시오. 더 이상 자신을 숨기면 안 됩니다. 더 이상 다른 이들의 시선에 무릎 꿇지 마십시오. 일어나 가운데로 나오십시오.’(마르 3,1-6에 대한 묵상) 예수님께서는 장애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숨죽여 지내야 하는 이들을 당신 가까이로 초대하십니다. 이 초대를 통해서 예수님께서는 장애를 지닌 이들을 온전한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이들의 완고한 마음을 녹이십니다. 우리 주변에는 정신적 육체적 장애 때문에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많은 경우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방해하는 것은 그들이 지니고 있는 장애 자체가 아니라, 그들을 대하는 비장애인들의 비뚤어진 시선입니다. 이 시선은 여러 가지 그릇된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때로는 값싼 동정심으로, 때로는 무시나 배척으로 표현됩니다. 장애인은 자신이 지닌 육체적 정신적 장애뿐만 아니라, 자신을 향한 편견과 차별적인 여러 사회 제도로 말미암아 인간다운 삶을 방해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을 온전한 한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 비장애인 역시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고귀한 삶을 살아가지 못합니다. 비록 겉으로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장애를 지닌 ‘사람’을 보지 못하고 그 사람이 지닌 ‘장애’에만 집착하는 양심을 거스르는 내면의 장애에 스스로를 얽어매기 때문입니다. 이제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를 향한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장애인을 향한 편견에서 벗어나, 그들을 존재 자체로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장애인들의 손과 발, 마음이 되어줌으로써, 알게 모르게 우리 안에 쌓인 내적 장애를 허물어야 합니다. “장애인들은 권리와 의무를 지닌 온전한 인간 주체이다. … 장애인들도 모든 권리를 가진 주체이기 때문에, 그들은 자기 능력에 따라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아야 한다.”(간추린 사회 교리, 148항) *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 1999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의정부교구 파주 교하본당 주임 및 8지구장으로 사목하고 있다. 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6년 10월 2일,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