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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리를 찾아서: 왕직, 하느님과 세상을 향한 봉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6-11-12 조회수4,748 추천수0

[진리를 찾아서] 왕직, 하느님과 세상을 향한 봉사

 

 

세상의 중개자이자 복음 선포자로 이땅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하느님과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드님을 임금으로 들어 높이셨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께서 수행하신 왕직에 동참하여 하느님과 세상을 위해 봉사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우리를 들어 높여주십니다.

 

 

생활 : 봉사

 

봉사는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애쓰는 것을 말합니다. 희생과 헌신도 비슷한 말입니다.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는 것은 봉사의 중심이 다른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는 말에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의미도 포함됩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이 봉사의 특징입니다. 봉사를 하다가 이에 대한 감사 표시로 무언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대가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가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하는 것은 거래이지 봉사가 아닙니다. 서비스업은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업종이지만 순수한 의미의 봉사는 아닙니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봉사할 때가 많습니다. 많은 교우가 보수를 받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려고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내어놓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봉사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인간적인 서운함을 느끼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 또한 사랑을 가르치시고 보여주시는 하느님의 말씀일 것입니다.

 

그리스도교는 다스리는 직무인 왕직을 봉사의 직무로 가르칩니다.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것이 왕직입니다. 섬기는 자가 되었을 때 임금으로 들어 높여지는 이러한 역설을 우리는 최근에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마더 데레사의 시성식입니다.

 

교회는 평생 봉사하며 살았던 콜카타의 데레사 수녀님을 시성식을 통해 들어 높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시성식 강론을 통해 다음과 같이 봉사의 의미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을 추종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 그것은 더 가난한 사람 안에서 스승을 알려는 용기와 근본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 봉사에 자신을 헌신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보잘것없는 사람들과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자원봉사자들은 다른 감사행위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보답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포기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참된 사랑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교황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데레사 수녀님을 ‘성덕의 모범’으로 우리에게 건네주십니다.

 

“마더 데레사는 온 생애를 통해서 하느님 자비를 풍성하게 나누어주신 분이었습니다.

 

오늘 저는 봉사하는 모든 사람과 세상에 이 여인, 수도자로서 마더 데레사를 건네고자 합니다. 마더 데레사가 여러분이 추구하는 성덕의 모범이 되기를 바랍니다. 봉사자로서 우리 행동의 유일한 기준은 조건 없는 사랑입니다”(2016년 9월 4일 마더 데레사의 시성식 강론에서).

 

 

교리 : 그리스도의 왕직

 

“하느님의 백성은 그리스도의 왕직에 참여한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모든 사람을 당신께 이끄심으로써 당신의 왕권을 행사하신다. 왕이시며 우주의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셨다. 그분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가톨릭교회 교리서, 786항).

 

예수 그리스도의 왕직은 그분께서 모든 사람의 종이 되신 신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신비는 그리스도인들의 왕직으로 확장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그리스도를 섬기는 것이 다스리는 것이다. 교회는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자기 창립자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습을 알아본다”(가톨릭교회 교리서, 786항).

 

그리스도인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봉사함으로써 그들 안에 계신 그리스도께 봉사합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

 

스스로를 낮추시어 모든 사람에게 봉사하심으로써 임금이 되신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의 작은 이들과 함께하시고, 그분의 봉사를 받은 그리스도인들은 작은 이들에게 봉사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를 섬깁니다.

 

 

말씀 : 순종으로 들어 높여지신 임금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필리 2,6-9).

 

그리스도의 겸손과 순종은 그리스도인 왕직의 원천입니다. 그분은 들어 높여지셔서 모든 이의 구심점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임금은 한 국가의 구심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들어 높여지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왕직은 바로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희생과 봉사를 뜻합니다.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내어줌을 뜻합니다. 봉사를 한다고 우쭐해져 있는 것은 봉사의 자세가 아닙니다.

 

한편, 이러한 포기는 신비로운 전환을 일으킵니다. 그것은 바로 은총 안에서 내가 내 자신의 주인이 되는 힘을 간직하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를 통해 또한 우리를 들어 높여주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함으로써 제자들에게 왕다운 자유의 선물을 주시어 제자들이 극기와 거룩한 생활로 자기 자신 안에서 죄의 나라를 완전히 쳐 이기게 하셨다. 자신의 육체를 복종시키고 격정에 휩쓸리지 않고 영혼을 다스리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주인입니다. 이런 사람은 자신을 다스릴 능력이 있기 때문에 왕이라고 불릴 만합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908항).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우리는 예수님의 희생을 통해 그분의 참사랑을 받았고 그분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과 세상을 섬기도록 왕직을 수행하는 이들입니다. 우리는 가난한 이웃에게 사랑과 관심으로 봉사하고, 내 자신을 포기하는 겸손 안에서 자신을 다스리는 임금입니다.

 

▶ 나는 누구에게 봉사하고 있습니까? 내 주변에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누구입니까? 그들에게 사랑으로 다가가도록 용기를 내어봅시다.

 

▶ 나는 어떤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습니까? 혹시 내 자신을 드러내려고 봉사하지는 않습니까? 십자가의 희생을 기억하며 우리도 겸손히 그리고 기꺼이 누군가를 위해 나를 내어주어 그 사람과 그 사람과 함께 계시는 그리스도를 사랑으로 섬기도록 합시다.

 

▶ 나는 내 자신을 잘 다스리고 있습니까? 이를 위해서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자기 자신을 비워야 합니다. 내가 내 자신을 내려놓고 있을 때, 오히려 내 자신은 나에게 복종합니다. 이 역설적인 신비는 그리스도인의 왕직이 지니고 있는 신비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가 내려놓아야 할 내 자신이 누구인지 성찰해 봅시다.

 

* 고성균 요한 세례자 - 도미니코 수도회 수사. 지금은 로마에서 생활하고 있다. 단순하고 즐겁게 형제들과 어울려 살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명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다.

 

[경향잡지, 2016년 11월호, 고성균 요한 세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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