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죄에 협력하는 것
대통령만이 죄를 지은 걸까요? 오직 당신 탓이야! 난 아무 죄 없어! ‘최순실 국정농단’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와 함께 하야·탄핵 여론이 확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11월 2일에는 10.2%로 떨어지는 등 지지층 와해 양상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최대의 위기를 맞자 박 대통령의 최측근들은 하나둘씩 등을 돌리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선긋기에 나섰습니다. 미르·케이(K)스포츠재단의 기금 모금을 지시한 의혹이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2일 검찰 출석에 앞서 “모든 일은 대통령 지시였다”며 자신의 책임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무수석으로 일하는 11개월 동안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집권여당은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비박계 의원들은 대통령과 친박계 지도부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최순실 의혹에 휩싸였던 사안에 대해서 근거 없는 비방이나 흑색선전이라 매도하던 사람들이 ‘잘 몰랐다’고 발뺌합니다. 박 대통령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냈던 콘크리트 지지자들이 대통령을 향해 ‘배신’이니 ‘하야’니 ‘퇴진’이니 하는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냅니다. 마치 ‘최순실에 놀아난 당신이 잘못한 거야. 그러니 당신이 책임져야 해. 난 아무 죄 없어’라고 씁쓸하게 자위하는 듯 싶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당사자들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헌정파괴에 따른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난 몰랐어. 난 아무 죄 없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형제가 죄를 지으면 깨우쳐 주어라(마태 18,15-18) 예수님께서 형제가 죄를 지으면 깨우쳐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형제의 인격을 존중해서 처음에는 혼자 가서 깨우쳐주고, 말을 듣지 않으면 몇 사람을 더 데리고 가서 깨우쳐주라 하십니다. 그래도 안 되면 교회에 알리고, 이마저도 안 되면 더 이상 상종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형제의 죄에 가담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묵인하거나 침묵으로 방조하는 것조차도 안 된다는 엄중한 가르침입니다. 죄의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 “죄란 한 인간이 개인으로서 자유로이 저지르는 행동이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는 한 집단이나 공동체의 행위가 아니고 언제나 개인적 행위입니다.” 따라서 “개인의 죄에 대한 책임을 구조라든지 조직 또는 다른 사람 등 자기 외부의 어떤 대상에게 전가”(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 「화해와 참회」 16항)시켜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모든 죄는 개인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차원을 지니게 됩니다. 특히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다른 사람들의 죄에 협력할 때, 죄는 사회적 성격을 강하게 띠게 됩니다. 가톨릭교회는 “그 죄에 직접, 고의적으로 관여함”, “그 죄를 명령하거나 권하거나 칭찬하거나 승인함”, “그것을 알릴 의무가 있을 때 알리지 않거나, 막을 의무가 있을 때 막지 않음”, “악을 행하는 사람들을 보호함”(가톨릭교회교리서, 1868항)을 죄에 협력하는 것이라고 규정합니다. 다시 한 번 묻고 싶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서 드러나고 있는 부패한 죄악의 연대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습니까? 대통령으로부터 기인한 검은 손아귀가 온 나라를 능멸하는 동안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습니까? *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 1999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의정부교구 파주 교하본당 주임 및 8지구장으로 사목하고 있다. 또,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6년 11월 13일,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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