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신부의 교리산책] 제사는 미신이 아닌가? 명절이 되면 신자들은 제사 때문에 갈등을 하곤 합니다. ‘제사는 미신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갈등을 불러오는 것입니다. 유교 문화권에 있는 나라에서 조상 제사는 매우 중요한 전통 중 하나입니다. 16세기 말 중국에서 선교한 마태오 리치 신부와 예수회원들은 선교의 가장 큰 걸림돌인 유교 문화를 깊이 이해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를 전하면서 조상 제사를 우상숭배가 아닌 ‘효’라는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하고자 하였습니다. 유교가 강조하는 효의 정신은 생명을 주신 부모와 선조께 감사의 보답을 드리는 데 있습니다. 현재 나를 있게 한 조상에 대한 감사이며, 이는 ‘죽은 이 섬기기를 산 이 섬기듯이’(중용 19장)로 이어져 특히 제사를 통해 실천됩니다. 그러나 미신을 믿는 사람들의 제사와 가톨릭의 제사 정신은 달라야 합니다. 제사를 지낼 때 돌아가신 조상님이 와 계신다고 믿고 절하거나 영혼이 음식을 먹는다고 여기며 하는 행동, 아울러 지방과 위패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미신적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제사는 뿌리에 대한 감사이며 가족 공동체의 친교의 장으로 가족들이 모여 화합하고 자녀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아름다운 전통입니다. 제사에서는 돌아가신 분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지만 미사에서는 돌아가신 분이 다시 우리 자신을 위해서 음식이 되신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사 봉헌이야말로 제사 중에 제사라는 점입니다. 조상 기일의 미사 봉헌은 효성스러운 행동이며, 가장 아름답고 거룩한 제사는 바로 미사입니다. 미사는 십자가상 예수님의 제사를 재현하는 것이므로 미사에 참례하는 것은 예수그리스도의 제사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제사의 근본정신은 선조에게 효를 실천하고 생명의 존엄성과 뿌리 의식을 깊이 인식하며, 선조의 유지를 따라 진실된 삶을 살아가고, 가족공동체의 화목과 유대를 이루게 하는 데 있다.”(「한국천주교 사목지침서」 제134조 1항) * ‘한국 천주교 제례’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주교회의 홈페이지 「한국 천주교 가정 제례 예식」(2012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 승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7년 1월 29일 연중 제4주일(해외 원조 주일) 서울주보 4면, 김지영 사무엘 신부(사회교정사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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