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펀 사회교리] (7) 재화의 보편적 목적
재화는 만민을 위한 것… 공동선 위해 활용돼야 덕이 :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서 신부님께서 말씀하셨던 사리사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띠노 :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일을 계기로 소유뿐 아니라 그것의 사용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시몬 : 교회는 재산의 사적 소유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띠노 : 사유 재산은 신법으로도, 실정법으로도 인정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회칙 「새로운 사태」에서는 당시 공산주의에서 주장한 “재산의 공유화는 혜택을 받아야 할 노동자 당사자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므로 배격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교회는 사유 재산권을 천부적인 권리로 인정하면서도 사용에 있어서는 보편적인 권리를 이야기합니다. 이것이 ‘재화의 보편적 목적’이라는 원리입니다. 덕이 : ‘보편적 목적’…, 언뜻 다가오지 않아요. 띠노 : 사유 재산권을 인정하는 이유는 재산의 부당한 소유로부터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이에 비해 재화의 보편적 목적은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생명을 유지하게 창조하셨다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시몬 : 사유 재산권과 공동 사용권이라는 두 권리가 서로 충돌하지 않을까요. 띠노 : 두 권리가 동등한 위치에 있다면,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교회는 “사유 재산권은 재화가 만민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에서 공동 사용권에 예속된다”고 가르칩니다. 사유 재산권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죠. “사유 재산은… 본질적으로는 재화의 보편적 목적의 원칙을 존중하는 도구에 불과하므로, 결국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덕이 : ‘재화의 보편적 목적’이 이런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몰랐어요. 띠노 : ‘재화의 보편적 목적’은 “인간이 이 재화들의 기원과 목적을 잊어버리지 않게 도덕 원칙들에 입각한 경제관을 키워 나감으로써 공평한 세상, 연대하는 세상을 실현할 수 있게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시몬 : ‘공평한 세상’, ‘연대하는 세상’을 들으니 ‘공동선의 원리’가 생각나는데요. 띠노 : 그렇죠. 교회는 사적 소유권 자체가 공동선과 필연적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 소유권 안에 사회적 기능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개인들은 자기가 가진 자원을 결과를 염두에 두지 않고 써 버리기보다는, 자신과 자기 가족만이 아니라 공동선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바로 그것이지요. 덕이 : “가난한 이들, 소외받는 이들,… 자신의 올바른 성장을 방해하는 생활 조건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재화의 보편적 목적의 원리에서 비롯된 것이군요. 띠노 :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가장 그리스도교다운 사랑의 실천 방식이 이 원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의 ‘최후의 심판’ 부분(마태 25,31-46)에 나오는 것처럼, “가난한 이들은 우리에게 맡겨져 있고, 우리에게 맡겨진 이 책임은 세상 끝날 심판 때에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은, 그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한 번 하셨던 말씀으로 지나쳐 버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 민경일 신부는 서울대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다. 경희대학교 NGO대학원에서 시민사회학을 전공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성의교정 보건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2월 19일, 지도 민경일 신부(아우구스티노 · 서울대교구), 정리 서상덕 ·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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