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양심 -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 제2장 ‘교회의 사명과 사회교리’를 중심으로
교회의 사명인 사회교리 19~20세기에 발달한 제국주의와 전체주의의 정치세력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힘을 행사하기 위해 교회를 억압했고 교회를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이용했다. 자신들이 벌이는 전쟁과 세상에게 알릴 필요 없는 학살에 세상이 침묵하도록 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간의 가치를 훼손 했다. 그렇게 세계대전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처참했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끔찍한 역사적 사건도 전체주의 사회의 비극적 열매였고 그 역사적 상처는 아직도 우리 사회 안에 이웃으로 숨 쉬며 아파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상처를 딛고 일어서려는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교회의 정체성을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교회를 쇄신하고자 했다.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요 ‘제자들의 공동체’이며, 하느님과의 만남의 장막, 다시 말해 “사람들 가운데에 있는 하느님의 거처”(묵시 21,3)로서 인간 가운데 현존하기 때문에 세상을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임무’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굳건한 인식이다. 따라서 인간 구원의 봉사자인 교회는 추상적이거나 영적인 차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과 역사의 구체적 상황 안에 있기 때문에(사목헌장, 40항) 세상의 역사적 현장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만나고 하느님의 계획에 협력하도록 부름 받은 인간 공동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이러한 교회는 세상의 모든 사람 가운데 현존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해야 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을 수행한다. 스승의 사명을 이어받은 교회는 사회 교리로 복음을 선포하고 사회관계의 복잡한 구조 안에서 복음을 현존시키고자 한다. 이것은 단순한 외침이나 소식지 전달로 복음을 선포하며 다가서는 것만이 아니라, 복음의 가치로 우리가 사는 사회 구조 자체를 풍요롭게 하고 충만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교회의 선교와 구원의 활동이 사회전반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하고 결정되는 모든 활동(정치, 경제, 노동, 법률, 문화)에 절대로 무관심 하지 않고 무관심해서도 안 된다. 교회는 사회 전반의 활동 가운데 특별히 인간의 도덕적 특징이 하느님의 지혜에 부합한 ‘정의와 평화’라는 구원의 메시지와 무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62-63항 참조). 따라서 교회의 사회교리는 세상을 향한 복음화 직무의 ‘필수적인 한 부분’이다. 예수님의 강생과 구속은 창조주 하느님의 지혜로 이루어진 ‘인간과의 연대’였고, 인간 존재는 사회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 공동체의 문제들 중 그 어느 것도 복음과 무관하지 않게 된다. 오히려 복음이 인간의 구체적인 개인과 사회생활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복음의 가르침은 ‘인간의 발전’에 어떠한 유대도 가질 수 없다. 인간은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 경제적 · 정치적 현실 문제와 관련된 존재이기에 세상의 불의와 부정과 싸우며 구원과 창조의 정의를 구체적으로 수립해야 하는 신학적인 면을 인간 현실과 분리시킬 수 없는 것이다. 복음의 애덕인 정의와 평화가 인간 발전을 증진시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참된 사랑의 새 계명을 선포할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가르침과 현대 사회는 급변하는 ‘새로운 사건’으로 언제나 새롭게 만난다. 이러한 세상을 향해 교회가 ‘말씀의 봉사직’과 ‘예언직’을 수행하는 특별한 방법으로써 사회교리를 가르치고 실천함은 그리스도교 메시지의 필수적인 부분이며 교회의 복음화사명이다. 왜냐하면 사회교리는 인간의 사회생활 속에서 ‘정의를 위한 투쟁’이라는 구원자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증언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상 안에 사회교리를 가르치고 보급하는 것은 부차적인 사안이나 활동이 아니라 오히려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진 구원을 선포하는 핵심적인 교회의 봉사 직무다(간추린 사회교리, 67항). 교회는 사회교리를 통하여 ‘구원의 길에 있는 모든 인간을 돕고자’함이 첫째가는 유일한 목적이다. 이러한 목적을 위한 사명은 교회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회는 신앙의 진리뿐만 아니라 인간성 자체와 모든 인간의 경험과 책임과 관련된 사회 상황 안에서 복음의 근원을 둔 도덕 진리를 가르치는 교사이다. 이러한 사명을 충실히 따르는 교회는 개인의 양심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회제도에 이르기까지 복음화의 모든 길을 걸어가도록 촉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복음을 따르는 신앙인은 ‘죄악의 사악한 결과물’인 사회의 불의에 무관심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교회는 윤리 원칙들을 사회 질서에 관한 것까지도 언제나 어디서나 선포하고, 인간의 기본권이나 영혼들의 구원에 요구되는 한도만큼 어떠한 인간 사항들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릴 소임이 있다”(교회법, 제747조 2항). [외침, 2017년 2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한만삼 신부(광교1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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