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양심적 병역거부는 평화의 선언입니다
“전쟁은 광기며 인류의 자살행위” ‘헥소고지’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오키나와에서 미국, 일본 두 제국의 치열한 전투를 그린 상업영화입니다. 할리우드 특유의, 미국은 선하고 일본은 악하다 설정하고 ‘양심적 병역거부, 또는 대체복무제, 집총거부’에 대한 생각을 유도하며 ‘평화와 생명’에 대한 신앙과 신념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군에 가지만 ‘양심적 집총 거부’의 신념을 가진 의무병 주인공 ‘데스몬드 상병’은 제칠일 안식일 예수재림교 신자로 ‘1945년 5월 5일 미 육군의 오키나와 마에다 절벽 전투’에 참여합니다. 실제 이 전투의 처참함은 일본 오키나와 곳곳에 있는 땅굴, 그리고 후텐마 기지, 현재 미군기지 등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미군의 점령지이며 미 제국의 승리에 따른 전리품이지요. 실제 오키나와에는 제주도 송악산과 같은 전적지와 전쟁의 상흔들이 있습니다. 일본은 비슷한 시기에 제주도에 본토 마지막 항전을 위한 많은 군사시설을 확충했으므로 오키나와와 제주도는 닮은꼴의 상처이지요. 그런데 영화의 한계는, 1945년 오키나와 전투에서 미, 일, 그리고 한국인 등 25만여 명의 죽음과 미국의 야심과 전략은 언급 없이 ‘데스몬드 도스’의 활약만 그립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쟁은 광기이며 인류의 자살행위입니다. 돈을 숭배하고, 증오의 우상을 섬기고 형제를 죽게 만들고, 결국은 사랑을 죽입니다. 전쟁의 배후에는 늘 범죄가 있습니다. 권력의 제단에서 우상을 섬기고 다른 이들을 착취하고 희생시키는 범죄가 자행됩니다.”(2013년 6월 2일 강론)라고 지적하셨습니다. 때문에 “모든 종류의 폭력과 불법 무기거래를 반대하고 함께 일치하며 평화와 공동선에 반대되는 적들과 싸워야 합니다. 전쟁의 이면에는 지정학적 계획, 돈과 권력의 재분배와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군수산업이 자리하고 있습니다.”(2013년 9월 8일, 2014년 9월 13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전쟁의 광기는 분명히 합법적으로 조직된 범죄 집단의 범죄이며, 부패의 결과이며, 무수한 생명을 희생하고 평화를 파괴합니다. 온갖 폭력과 불법 무기거래의 추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 전쟁은 당연히 공동선에 위배되므로 반대하여 싸워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도 분명히 “양심의 동기에서 무기 사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위한 법률을 인간답게 마련하여, 인간 공동체에 대한 다른 형태의 봉사를 인정하는 것이 마땅하다”(「사목헌장」, 「기쁨과 희망」 79항)라면서 ‘대체복무제’를 제시합니다. “국법이 인정하더라도 하느님의 법에 위배되는 관습들에서는 공식적이 아니라 하더라도 협력하지 않아야 할 중대한 양심의 의무가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399항)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가르칩니다. 그런데 아직도 이 교회의 가르침을 세상에 분명히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이 한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는 젊은이들은 1년에 약 500명의 여호와의 증인들입니다. 현재 우리 신앙을 당당히 밝혀 병역을 거부하고 기꺼이 1년6개월의 수형생활을 견딘 자랑스런 젊은이는 고동주(비오), 백승덕(미카엘), 홍원석(비오)씨 등입니다. 임태훈(막시밀리안 콜베)씨는 병역거부 후 세례를 받고 신앙인으로 살고 있으며, 현재 군인권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해 100여 명의 젊은이가 군에서 싸늘한 죽음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무엇을 위해 죽어야 합니까? 군수산업과 권력의 재분배를 도와주는 것입니까? 왜 전쟁 범죄에 협력해야 합니까? 이제 교회가 정확히 답해야 합니다. * 양운기 수사(한국순교복자수도회 소속) - 한국순교복자수도회 소속.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상임위원이며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이다. 현재 나루터 공동체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3월 19일, 양운기 수사(한국순교복자수도회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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