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의 권리보호가 시급합니다
숭고한 희생조차 차별받은 교사들 고(故) 김초원(당시 26세), 이지혜(〃 31세) 교사는 2014년 4월 16일 단원고 제자들을 인솔해 제주행 세월호에 몸을 실었습니다. 2학년 담임인 두 사람은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였지요. 세월호가 침몰할 때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은 도망치듯 내뺐지만 둘은 동료들과 맨손으로 위기상황과 사투를 벌이며 제자들을 구출하다 결국 현장을 떠나지 못했고 그토록 사랑했던 제자들과 저 멀리 비정규직이 없는 피안(彼岸)을 향해 훨훨 날아갔습니다. 숭고한 삶의 절정입니다. 유족들은 2015년 6월 순직신청서를 제출했으나 인사혁신처가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니라 ‘민간근로자’여서 ‘순직유족급여 청구 대상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하찮은 대체인력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하찮은 대체인력이 담임을 맡았고 행정업무 등 정규 교원 이상의 업무를 감당하며 터무니없는 보수를 받습니다. 둘은 위기상황에서 제자들을 구출하여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함을 몸소 희생으로 보인 최고의 교육자였고 숭고한 생명의 수호자였습니다. 둘의 숭고한 희생으로 학생들은 고귀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일찍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그리스도적 교육에 관한 선언’에서 ‘청소년 교육이 위기(危機)에 처해있는 지방에서 교육의 임무를 고결한 정신으로 자진하여 받아들이기를 권고’(12항)했습니다. 둘의 희생은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보여준 것이며 구출된 제자들은 산교육을 받은 것입니다. 자신을 희생하여 타인을 구하는 현장을 목격한 것, 그리고 그 희생으로 구출된 당사자가 자신들이란 사실에 제자들은 ‘사람이 무엇인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분명한 대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교육이 있던가요? 두 선생님이 제자들을 구출하며 비정규직 신분을 생각했을까요? 신분이 ‘민간 근로자’여서 순직신청서가 반려된 것, 교육부·인사혁신처의 책임회피를 알까요? 사법부, 국회 입법조사처가 ‘기간제 교원은 교육공무원’이라 판결한 것을 알까요? 아마 이런 것은 세상의 일이라고, 사랑했던 제자들이 함께 있으면 족하다고, 신분에 관심 없겠지요? “기간제 교사의 차별을 참는 것도 어려웠는데 순직은 다 무엇이며, 민간근로자는 무엇이며, 교육공무원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생명 앞에서 다투는 허무한 논쟁에 관심이 없다”는 음성이 귓전을 맴돕니다. 때문에 그것은 살아있는 사람들, 우리들의 몫입니다. 간추린 사회교리 301항은 노동자의 권리를 매우 분명히 말합니다. 특히 “정당한 임금의 권리와 노동환경, 자신의 존엄성이 모독받지 않을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혹자는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라 하지요. 그러면 기간제 교사를 ‘민간근로자’라는 황당함은 뭡니까? 엄연히 기간제 교사도 노동자며 공무원입니다. 현재 전국 기간제 교사는 전체 교원의 10%, 4만6000여 명입니다.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의 권리 보호가 시급합니다. 그런데 자꾸만 궁금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기간제 교사였던 두 선생님은 살아생전 제자들에게 비정규직을 어떻게 설명했을까요? 비정규직이 되어도 열심히 살라고 했을까요? 아니면 반드시 무슨 수를 쓰고라도 비굴함에 눈 감고 정규직이 되라고 했을까요? 아니, 자신이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임을 제자들에게 말했다면 자존감은 어땠을까요? 아! 둘이 훨훨 날아간 허공은 답이 없습니다. 5월 1일은 127번째 노동자의 날입니다. * 양운기 수사(한국순교복자수도회) - 한국순교복자수도회 소속.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상임위원이며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이다. 현재 나루터 공동체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4월 30일, 양운기 수사(한국순교복자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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