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사회교리] 흔들리는 것은 스스로 멈추지 않는다 미세먼지 때문에 힘드신 분들 많죠? 보시기에 참 아름다웠던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몸살은 감기약을 먹고 한숨 푹 잔다고 좋아질 것 같지가 않습니다. 삶의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이 몸살이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할지도 모릅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정의로운 분배의 문제와 한반도의 평화에 이어서 창조질서보전이라는 신앙의 주제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시죠. 저는 맛없는 만두를 먹어 본 적은 별로 없습니다. 특히 요즘 냉동식품으로 나오는 다양한 맛과 모양의 만두들은 그 앞을 몇 번이나 서성이게 만듭니다. 그런데 정말 맛있다! 라고는 할 수 없는 만두가 있습니다. 우리농이나 생협 매장에서 판매하는 만두가 그렇습니다. 왜 그럴까요? 몸에 좋지 않은 재료를 아주 적게 쓰려고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냉동식품에는 무엇이 들어있기에 그렇게 우리 입에 착 달라붙는 것일까요? 성분표시가 되어 있기는 하지만 살펴보는 사람도 없고, 본다고 해도 정확하게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뭐 누구나 먹는데 별 문제가 있겠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인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유전자조작식품인 GMO에 대해서도 ‘유해성에 대한 논란이 좀 있나 보다’라는 정도가 보통의 의식 수준입니다. 자기 자신을 죽이고 있는 줄도 모르는 이런 심각한 의식오염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은 소비자들에게 상품에 대한 정보가 거의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소비하는 상품들이 무엇인지를 잘 알지 못합니다. 가격과 얼마나 편하게 살 수 있는가 하는 정도가 소비의 기준이 될 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두는 적어도 선택은 가능합니다. 좀 노력을 해서 좋지 않은 재료를 쓴 제품을 먹지 않고 좋은 재료를 사용한 만두를 사먹거나 만들어 먹으면 됩니다. 착한 만두가 가능하지 않다면 다른 음식을 먹으면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상품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지 않은 아주 이상한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이 상품은 가격이라든가 종류를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착한 상품인지 나쁜 상품인지, 내가 구매한 이 상품을 무엇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 상품을 구매하지 않으면 일상을 살 수가 없습니다. 이 특이한 상품은 바로 전기입니다. 우리나라는 전기를 상당히 많이 사용하는 나라입니다. 우선 값싼 전기를 쉽게 공급받는 산업구조가 가장 큰 이유이지만, 일상적으로 밤에도 이렇게 밝게, 겨울에도 따뜻하게, 여름에도 시원하게 언제나 편하게 전기를 사용하는 나라는 흔하지 않습니다. 싼지 비싼지 적절한지 과한지 윤리적인지 비윤리적인지에 대한 감각이 없이 우리는 이 물건을 씁니다. 그런데 이 전기는 무엇으로 만들까요? 깨끗한 에너지라고 불리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는 전기는 전체 사용량의 1%밖에 되지 않습니다. 수력발전이 1.7%(댐을 이용하는 수력발전은 4대강 대재앙을 보고 계시듯이 자연생태계를 파괴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화력발전이 66% 이상을 차지하는데 석탄이 가장 많고, 천연가스가 그 절반쯤, 그리고 약간의 석유를 사용합니다. 미세먼지가 왜 많아졌는지 짐작하시겠지요. 나머지 31%를 좀 넘는 에너지가 위험천만한 ‘핵발전’으로 만들어집니다. 핵발전은 안전하지 않고! 싸지 않고! 깨끗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화석연료는 매장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비용을 예상하기 힘드니 핵발전소를 더 만들어 전체 에너지의 60%를 감당하겠다고 합니다(참고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우리나라의 예비전력량, 즉 남아도는 전기는 전체의 35% 정도가 되는군요). 핵발전소를 왜 반대해야 하는지는 나누어드린 소책자를 통해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못 보셨다구요? 본당 사무실이나 정평위에 언제라도 문의하세요!) 그렇다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구매하고 소비하는 이 특이한 상품인 전기의 무절제한 사용과 그 생산과정이 과연 복음적인지 생각해보지 않고 신앙적으로 살 아간다는 것이 가 능할까요? 우리가 소비하는 전력의 99%가 생태계를 파괴하거나(1.7%), 대기오염을 심각하게 해치거나(66%), 방사능의 대재앙(31%)을 초래하는 것이라면 도대체 우리가 이 물건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한국 천주교가 ‘잘 가라 핵발전소 100만 서명운동’에 참여할 것을 밝힌 가운데, 탈핵 입장을 공식 선언했다. 모든 교구 사제와 수도회, 평신도가 참여할 서명운동은 지난 주교회의 춘계정기총회에서 사회주교위원회가 추인한 결과다. 4월 10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천주교탈핵연대와 각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수도회 등이 참여했으며, 선언문에는 각 교구 정평위와 환경사목위 등 18개 단체, 46개 남자 수도회, 107개 여자수도회 그리고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연합 등 12개 단체가 서명했다. 이들은 “핵발전은 한마디로 반생명적이고 비윤리적”이라며, “생명의 주인인 창조주 하느님께 신앙고백을 하는 우리는 핵기술에 단호한 반대의 목소리를 낼 의무를 절감한다”고 했다.(‘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 대부분의 기업은 이윤에 부합하지 않는 한 스스로 윤리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습니다. 세상을 윤리적으로 바꿔 가는 것은 깨어있는 시민들이고, 그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것은 창조신앙을 고백하는 신앙인들입니다. 당장에 30%가 넘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핵발전소를 멈추고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미세먼지를 내뿜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를 당장에 만들어낼 방법도 없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계획과 점진적인 실천을 우리 스스로가 마련하지 않으면 흔들리는 죽음의 추는 스스로 멈추지 않습니다. 그 길이 무엇인지 같이 고민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2017년 4월 30일 부활 제3주일(이민의 날) 의정부주보 6-7면, 최재영 세례자 요한 신부(구리 Exodus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