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신부의 교리산책] 삼종기도(Angelus)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루카 1,38 참조) 해 질 무렵 일손을 멈추고 겸손하게 저녁기도를 바치는 농부 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밀레의 그림, 기억하고 계십니까? 우리나라에선 ‘만종(晩鐘)’이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원제목은 ‘삼종기도(Angelus)’입니다. 삼종(三鐘)은 종을 세 번 친다는 말입니다. 삼종기도는 하루 3번 일과를 멈추고 종소리를 들으며 기도하는 것으로 역사가 오래되었습니다. 밀레 그림의 장면은 해가 저무는(晩 : 저물 만) 그 시간에 종소리를 들으며 기도드리는 모습입니다. 삼종기도를 ‘Angelus(안젤루스, ‘천사’)’라고 하는 것은 삼종기도의 라틴어 기도문이 이 단어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Angelus Domini nuntiavit Mariae, Et concepit de Spiritu Santo.” 우리말로 번역하면, “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 성령으로 잉태하셨나이다”(루카 1,28 참조)입니다. 이 한 문장 안에 하느님이 어떻게 사람이 되셨으며, 어떻게 이 세상에 오셨는지 잘 드러납니다.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루카 1,38 참조) 마리아의 신앙고백인 이 피앗(Fiat: ‘그대로 이루어지소서’라는 의미의 라틴어 동사형)은 인간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뜻이 이 세상에서 태동하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에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저희 가운데 계시나이다.”(요한 1,14 참조) 비로소 하느님이 인간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시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삼종기도는 천사 가브리엘이 성모 마리아에게 알려 준 예수님의 잉태와 강생의 신비(루카 1,26-37)를 기념하기 위하여 바치는 기도입니다. 그래서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성모송을 바칩니다. 삼종기도는 해돋을 무렵(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정오(잠시 쉬는 점심) 그리고 해 질 무렵(하루 일을 바치는 저녁)에 바칩니다. 이 짧은 기도를 통해 구세주께서 인간의 구원을 위해 이 세상에 사람이 되어 오신 강생(降生)의 신비를 묵상합니다. 그분이 우리 안에 살아계심을 고백하는 것은 우리의 믿음을 삶으로 실천하는데 큰 힘과 격려가 될 것입니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필리 2,7) * 부활시기 동안에는 부활 삼종기도를 바칩니다. [2017년 5월 28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청소년 주일) 서울주보 4면, 김지영 사무엘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