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부와 함께 읽는 가톨릭 사회교리서 『두캣(Ducat)』 제4장 사회교리의 원리 가톨릭 사회교리서 『두캣(Docat)』의 네 번째 장은 사회교리의 원리들을 설명합니다. 그리스도인이 지켜야 할 핵심 계명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지요. 이 계명을 어떻게 세상 속에서 실현할지 기본 노선을 천명한 것이 사회교리의 원리들입니다. 1. 존엄성의 원리 사람이 함께 사는 곳에는 개인과 개인 사이에 여러모로 차이가 있게 마련입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는 없지요. 남다른 재능과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 그만큼 일하지 않은 사람과 똑같은 보수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뜻하지 않게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아무리 노력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신적 육체적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꿈을 펼치기엔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경우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의 승자가 더 많은 것을 가지는 것이 정당하다 할지라도, 패자도 최소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본선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인간존엄성의 원리입니다. 남다른 재능이나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 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해서 벌을 받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2. 공동선의 원리 세상 모든 사람과 단체가 각자의 이익만 추구한다면 세상은 갈등과 반목으로 동강이 날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교리는 개인과 단체의 이기심을 뛰어넘는 ‘공동선의 원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공동선이란, “집단이든 구성원 개인이든 자기완성을 더욱 충만하고 더욱 용이하게 추구하도록 하는 사회생활 조건의 총화”(사목헌장, 26항)를 뜻합니다. 이것은 국가라면 국가, 단체라면 단체라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개인이 희생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근본적인 권리인 인권을 가로막아서 부강한 국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은 공동선이 아니라 전체주의를 뜻합니다. 오히려 공동선은 개인이건 국가건 간에,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모두에게 선이 되도록 정의롭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캣』 88항은 ‘공동선을 원한다는 것은, 자신의 욕구를 넘어서 생각하는 능력이 있음을 뜻합니다.’라고 밝힙니다. 3. 보조성의 원리 공동선을 추구하는 과정이 전체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은 보조성의 원리입니다. 인간 역사 안에는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한다면서 공권력과 같은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 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국가와 같은 상위집단이 개인이나 하위집단이 할 수 있는 일을 보조하는 역할을 해야 하며,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곳에서는 전체주의의 망령이 활개 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입니다. 4. 연대성의 원리 간혹 내가 열심히 일해서 얻는 바를 왜 나만큼 열심히 일하지 않은 사람과 나눠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경우를 봅니다. 그러나 이 세상 누구도 혼자 성공하지는 못합니다.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타인의 도움, 사회의 도움 속에 빚지고 있는 존재이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 도와야 하는 형제자매입니다. 연대성의 원리는 우리 모두가 서로 돕고 연대함으로써 인간다워질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2017년 6월 11일 삼위일체 대축일 대구주보 3면, 박용욱 미카엘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