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진실과 정의를 향한 힌츠페터의 숭고한 헌신
재벌에 머리 조아린 한국 언론 영화 ‘택시운전사’는 37년 전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Jurgen Hinzpeter)씨가 1980년 광주의 학살 영상을 광주 너머 바깥세상으로 알리는 내용입니다. 진실을 알리려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을 기꺼이 감수하는 그의 기자정신은 수많은 사건사고를 왜곡, 변질시키는 우리의 언론 행태 앞에서 ‘언론의 존재이유와,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성찰하게 합니다. 1심 재판으로 구속된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급)이 주고받은 충격적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공개(「시사인」517호)되어 세상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삼성이 어떤 태도로 언론을 관리하는지 그 실상이 공개된 것입니다. 고위 공직자 출신과 전 현직 언론사 간부들이 장 사장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사회의 동향을 보고하는 내용입니다.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 관련하여 언론을 어떻게 통제, 관리하는지 상세히 나타납니다. 문화일보, CBS, 서울경제, 매일경제, 연합뉴스 등은 물론이며 네이버와 다음 등이 등장합니다. 취업, 인사청탁, 언론동향보고, 광고유치 청탁에까지 두루두루 끝이 없습니다. “광고를 주시면 기사로 보답하겠다”는 편파, 왜곡, 특혜보도를 다짐하는 내용을 보노라면 얼굴이 화끈거리며 언론을 주무르는 삼성의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습니다. 더 기막힌 일은 「시사인」의 보도에도 거의 모든 언론이 침묵하는 점입니다. 언론과 재벌의 결탁은 “범죄 수준”으로 가히 삼성은 밤의 대통령이며 삼성공화국이란 말이 맞습니다. 문자메시지가 이정도니 그들이 만나서 대화한 은밀한 내용을 짐작하면 ‘어마어마한 거래는 과연 얼마나 될까?’ 추측할 수 있습니다. 삼성을 향한 언론의 깝신깝신 머리 조아림과 그들에 의해 조작된 진실, 그들의 주무른 권력과 그에 의해 사라졌을 일반 시민들의 소박한 꿈들을 생각하면 분노를 넘어 차라리 수치스럽고 절망적입니다. 언론과 재벌기업의 어두운 거래와 그 힘은 과연 그 끝이 어디일까요? 그들의 대화 통로가 음습한 만큼 세상도 음습해야 했으며 불의하고 혼탁한 세상을 살아내는 힘없는 서민들의 허탈감은 어떻게 위로받을 수 있을까요? 목숨을 걸고 진실을 알린 힌츠페터 기자와 오늘의 우리 언론들, 재벌의 금권에 머리 조아리며 언론의 임무를 저버린 비굴한 한국의 언론을 비교해 봅니다. 재벌에 머리를 조아린다면 보도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없고 언론은 미래도, 객관성도, 공정성도 없습니다. 이미 공동선을 팽개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매체를 통한 정보 전달은 공동선을 위한 것이며 사회는 진실과 자유와 정의와 연대 의식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음”(「간추린 사회교리」 415)에도 우리 언론은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 없고 몇몇 언론인들만 개별적으로 고개를 들지 못하고 부끄러워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힌츠페터, 그에게 진실과 정의를 향한 헌신과 연대의식이 없었다면 우린 광주의 진실을 잘 알지 못했을 것이며 지금 만큼의 자유로운 세상을 맛보고 있지 못할 것입니다. 그의 숭고한 정신은 복음의 내용과 일치합니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마태 10,26) * 양운기 수사(한국순교복자수도회) - 한국순교복자수도회 소속.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상임위원이며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이다. 현재 나루터 공동체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9월 3일, 양운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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