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교회법 (2) 가톨릭 미사는 어느 곳에서나 모두 같은 방식으로 거행하나요? 보통 가톨릭 미사전례는 국가와 민족과 언어를 불문하고 모두 같은 양식으로 거행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가톨릭교회는 로마가톨릭교회와 동방가톨릭교회로 구분됩니다. 로마가톨릭교회는 로마교구청(교황청)으로부터 인준된 양식에 따라 전례를 거행하기 때문에 비록 지역별 혹은 교구별로 작은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미사를 포함한 모든 전례가 일정한 방식으로 거행됩니다. 그런데 가톨릭교회 안에는 로마가톨릭교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방가톨릭교회도 있습니다.
1054년 교회의 동서 분열 시기에 로마 교종(교황)의 수위권으로부터 명시적으로 떨어져 나가지 않은 개별 동방교회들도 소수 있었고, 종교개혁으로 로마가톨릭교회가 나뉘던 16세기에 오히려 로마가톨릭교회와 새롭게 일치를 이루는 동방교회들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구준히 개별 동방교회들 중에서 고유한 전례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교종의 수위권을 인정하면서 로마가톨릭교회와 일치를 이룬 교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동방가톨릭교회’ 혹은 ‘가톨릭동방전례교회’라고 부릅니다. 2010년 현재 23개의 개별교회들이 214개의 관할 지역과 255명의 주교를 두고 있으며 약 18,700,000여 명의 신자들이 서로 다른 8개의 전례전통 속에서 하나인 가톨릭교회의 일원으로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슬람 문화권에 위치한 동방가톨릭교회들은 많은 박해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그리스도교 전통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동방가톨릭교회들은 교종의 수위권을 인정하면서도 로마가톨릭교회들과는 다른 자치권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방가톨릭교회들은 로마가톨릭교회와 전례를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다른 전통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동방교회법전(CCEO)이 따로 있습니다. 그래서 현행 라틴교회법전(CIC) 제1조는 ‘이 교회법전의 조문들은 라틴 교회에만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로마 가톨릭교회 안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같은 방식으로 미사가 거행된다고 말할 수 있지만 가톨릭교회 안에는 오랜 전통을 지닌 매우 다양한 전례가 동방가톨릭교회 안에서 거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끔 성 베드로 성전에서 교종께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전례복을 입은 주교님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볼 때 신자분들은 “저분들은 동방정교회 주교님들인가요?” 하고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히 교회일치를 위한 만남의 순간이 아닌 경우에, 교종께서 조금 ‘이상한 옷’을 입으신 분들과 함께 계시다면 그분들은 우리와 하나인 동방가톨릭교회의 주교님들입니다. 특별히 박해 속에 있는 동방가톨릭교회의 형제들을 위해서 기도했으면 합니다.
[2017년 3월 19일 사순 제3주일 가톨릭제주 4면, 황태종 요셉 신부(제주교구 성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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