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교회법 (10) 전례와 신심행위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신자들은 신앙생활을 하면서 미사에 참례하고 로사리오 기도를 꾸준히 바치며, 아침과 저녁에 기도서에 나와 있는 기도를 바치고, 삼종기도를 하고, 고해성사를 보거나 십자가의 길을 합니다. 그리고 성체 현시나 성모의 밤 행사에 참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신앙생활을 하면서 어떤 것들이 교회의 공적 예배행위인 ‘전례(Liturgia)’이고 어떤 것들이 신자 공동체의 ‘신심행위(Pia Exercitia)’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법적으로 전례와 신심행위는 분명하게 구분이 되는 신앙의 행위들입니다. 전례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가 하느님께 드리는 온전한 공적 경배행위로서 교회법적으로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어야만 합니다(교회법 834조). 첫째 전례는 아무나 거행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법적으로 그 전례 행위에 합법적으로 위탁된 사람들이 거행합니다. 신자들도 특별히 성체성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면서 전례 거행의 고유한 몫을 담당하지만, 전례 거행은 그 전례 거행에 합법적으로 위탁된 성직자가 거행하는 것입니다. 둘째 전례는 교회의 권위에 의하여 승인된 행위여야 합니다. 따라서 모든 전례는 사도좌가 출판한 전례서를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한국말로 번역한 후에 성좌의 인준을 받아 출판한 전례서가 있어야 합니다. 셋째 모든 전례는 교회 공동체의 공적인 하느님 경배 행위이기 때문에 개인이나 특별한 단체가 아니라 언제나 ‘교회의 이름’으로 바쳐져야 합니다. 따라서 우선 전례는 7성사(Sacramentum)이며 그중에서도 성체성사가 전례의 핵심입니다. 다음으로 성사는 아니지만 성사의 내용과 그 효과를 모방한 준성사(Sacramentalia)도 전례에 속합니다. 인준된 예식이 있는 축성, 축복, 행렬 등이 준성사에 속합니다. 축성은 사람(사제)이나 사물(성전, 제대)을 성별해서 하느님께 봉헌하는 것을 말하고, 축복은 사람이나 사물에 복을 내려 주는 것인데, 사람이 아닌 물건에 축복을 주는 것을 방사(放赦)라 합니다. 전례주년도 전례이며, 전례의 조건에 부합하는 교회의 공적 기도인 성무일도 기도도 전례입니다. 신심행위는 전례가 되기 위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거행되는 단체적 경배행위입니다. 삼종기도, 묵주기도, 성모호칭기도, 십자가의 길, 성시간, 9일기도, 성체현시, 성모의 밤 예절, 예수 성심 성월과 성모 성월 등이 신심행위에 속합니다.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이루는 전례와 신심행위 사이에는 분명한 원칙이 세워져야 합니다. 신자들의 신앙생활에서 신심행위가 아니라 반드시 전례가 우선시되고 또한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신심행위는 전례와 조화를 이루고 전례에서 나오며 신자들을 전례로 인도하도록 마련되어야 합니다(전례헌장 13). 신심행위는 전례를 더 잘 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올바르고 성실한 신심행위를 통해 신자들이 전례로 다가가고, 또한 그리스도의 신비로운 몸인 교회의 공적 기도인 전례를 통해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은 바람직하기 때문에 교회는 신심행위를 장려하고 보살핍니다. 하지만 신자들의 신앙생활이 전례보다 신심행위에 집중되면 위험하고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신심행위와 신심운동이 복음에로의 회개가 아니라 현세의 복을 찾고 추구하는 경향으로 흐르거나, 복음의 참된 기쁨(환희)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서적 평온이나 만족만을 추구하는 경향에 빠지면 위험합니다. 또한 신심행위는 교회의 전례 정신과 전례시기에 부합되어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례주년은 전례이고 십자가의 길 기도는 신심행위입니다. 따라서 십자가의 길 기도는 전례주년에 맞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주님의 부활을 경축하는 부활시기와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주일에 개인적인 지향을 가지고 십자가의 길 기도를 열심히 바치는 것은 전례에 부합하는 신심행위가 아닐 수 있습니다. 나의 신앙생활에 있어 우선 먼저 전례(특별히 미사)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지를 반성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혹시 신심활동을 위해 신앙생활의 중심인 전례를 등한시하고 있다면, 전례를 중심으로 하는 신앙생활을 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2017년 5월 28일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청소년 주일) 가톨릭제주 4면, 황태종 요셉 신부(제주교구 성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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