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아카데미] 55년 전 10월 14일의 기억과 「지상의 평화」(1963. 4. 11)
‘위대한 중재’는 바로 지금 우리의 몫 지난해 11월 25일 1959년 친미정권을 몰아내고 쿠바를 50여년 통치했던 피델 카스트로가 90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미국과 국교를 단절하고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며 구소련과는 밀접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당시는 세계 자본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미국과 공산주의 진영을 대표하는 소련의 대립이 매우 심각했으며 그에 따른 군비경쟁이 치열했습니다. 카스트로가 소련과 손잡고 쿠바의 해안선에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할 즈음 쿠바의 하늘을 감시하던 고공 정찰기 U-2기가 찍은 항공사진 몇 장이 펜타곤과 백악관에 전달되었습니다. 미국은 즉시 쿠바를 봉쇄하고 핵탄두 8개를 싣고 흑해를 출발한 소련 탄도미사일 운반 화물선과 대서양에서 일촉즉발의 대결상황을 연출했습니다. 이것이 유명한 55년 전인 1962년 10월 14일 ‘쿠바 미사일 위기’라고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쿠바 핵미사일 위기’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은 ‘핵무기’를 처음 사용한 미국에 대응하여 소련이 핵을 개발했다는 면에서 카스트로만 이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할 수 없습니다. 분명히 기억할 것은 미국이 핵폭탄을 처음 민간인들에게 사용했으며 소련은 이를 보고 자신들이 다음 차례로 당할 수 있다는 대응이 ‘소련의 핵무기 보유’입니다. 즉 군비경쟁의 측면을 주목한다면 쿠바라는 특정 국가에 비중을 두는 역사이해는 본질을 벗어날 수 있으며 미, 소, 쿠바 모두 책임이 있습니다. 성 요한 23세 교종은 이 때 소련의 후르시초프와 미국의 존 F. 케네디 사이를 중재하여 핵 전쟁의 위기에서 대륙, 아니 세계를 구해냅니다. 이것이 유명한 ‘쿠바위기’이며 요한 23세의 ‘위대한 중재’입니다. 이어 1963년 4월 11일 회칙 「지상의 평화」를 발표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무기생산은 이미 알려진 대로 오늘날의 평화를 보장하는 계기가 된다고 그 정당성을 외치는 자들이 있으나, 결코 평화가 ‘무기라는 힘’의 균형으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무기의 파괴적 결과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 해도,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핵실험이 계속되어 세상에 치명적 결과를 주는 것은 인간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입니다. 전쟁무기의 균형으로 평화가 이룩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신뢰에 의해 참 평화가 확립됩니다.”(「지상의 평화」 110-113항) ‘쿠바위기’의 본질은 미국을 공격하려는 쿠바의 의지였습니다. 얼마 전 북측은 미사일로 ‘괌과 미국 서부해안’을 위협했습니다. 미국은 ‘B-2, 스텔스 전투기, 핵추진 잠수함’ 등으로 무력시위를 벌였습니다. 쿠바가 미국에 적대적인 것처럼 북측도 미국에 매우 적대적입니다. 미국에 대적할 수 없을 만큼 작은 북과 쿠바는 상황을 주도할 수는 없지만 핵무기로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핵무기가 있다면 상대가 함부로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쿠바와 북측이 같은 생각입니다. 55년 전, 미·소는 결국 대화를 선택했습니다. 미국이 쿠바를 공격하지 않고 쿠바는 기지 건설 중단의 조건이었습니다. 이렇게 닮은꼴인데 왜 북측과 미국이 왜 대화를 하지 않는가?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바로 지금 우리의 몫입니다. “우리는 모든 이를 위한 선익에 대한 자극을 추구하면서, 모든 사건들이 인간의 지성과 존엄성에 따라 해결되도록 특히 공적 책임을 진 사람들이 노력을 아끼지 않도록 간청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상의 평화」 117항) * 양운기 수사(한국순교복자수도회) - 한국순교복자수도회 소속.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상임위원이며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이다. 현재 나루터 공동체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7년 10월 15일, 양운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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