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환민 신부의 교리산책] 오순절에 내리신 성령 “오순절이 되었을 때 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다.”(사도 2,1-2) 사도행전은 제자들에게 성령께서 강림하시던 날이 마침 오순절이었다고 전합니다. 오순절(五旬節)은 파스카 축제가 지나고 오십 일째 되는 날로서, 원래 밀 수확을 끝내고 하느님께 맏물을 바치는 추수감사절이었습니다.(탈출 23,16 참조) 그러던 것이 예수님께서 활동하시던 시대에는 하느님과 시나이 산에서 맺은 계약, 곧 이스라엘이 율법을 받은 것을 경축하는 데까지 의미가 확장되었습니다. 그럼, 예수님께서는 왜 오순절에 성령을 보내셨을까요? 하느님께 추수감사제를 지내는 오순절에 성령을 보내신 까닭은 이제 결실의 때가 되었으니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믿고 따르는 모든 사람을 ‘추수하라는’, 다시 말해 모아들이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요? 수난과 부활로 하느님의 구원 사업을 완성하신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면서 당신 제자들에게 협조자 성령을 보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약속대로 성령을 받은 제자들은 그제야 비로소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대로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마르 16,15)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순절에 내리신 성령은 제자들을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용감한 증인으로 변화시켰고 이를 통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수천 명의 사람들이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사도행전 2장 참조) 우리도 성령을 받음으로써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 모시고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게 됩니다. 성령께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영이요, 그분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를 완성하시는 분이며, 우리의 위로자이자 협조자요 보호자이십니다. 지상의 나그네요 순례자인 교회는 세상 종말까지 성령과 함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계만방에 선포하며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구현할 사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백성을 보호하고 이끄시는 분,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재림 때까지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역사를 이끌어 가시는 분은 바로 오순절에 내린 성령이십니다. 오순절에 내리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교회가 탄생하고, 제자들에게 주어진 선교 활동으로 인해 새로운 백성이 태어났습니다. [2017년 10월 22일 연중 제29주일(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 전교 주일) 서울주보 4면, 유환민 마르첼리노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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