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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활 속의 교회법28: 세례명을 바꿀 수 있나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12-28 조회수11,499 추천수1

생활 속의 교회법 (28) 세례명을 바꿀 수 있나요?

 

 

가끔씩 “혹시 세례명을 바꿀 수 있나요?” 하고 물어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면 세례명을 바꿀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 설명 드리기에 앞서 “왜 세례명을 바꾸려고 하시는데요?” 하고 묻습니다. 그러면 지금은 세례명은 신부님이나 수녀님 혹은 대부 대모가 정해 준 것이고 자신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 아니며, 자신의 세례명은 너무 흔하거나, 세례명의 성인에 대한 삶의 기록이 거의 없어서 그분의 삶을 본받지 못하겠다거나, 심지어 세례명의 발음이 ‘촌스럽다’는 이야기도 하십니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성인이 생겼고 그분의 삶을 본받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세례명을 바꾸고 싶다고 말씀하십니다.

 

교회법의 세례명 관련조항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면, 교회법은 ‘부모와 대부모 및 본당 사목구 주임은 그리스도교적 감정에 어울리지 아니하는 이름을 붙이지 아니하도록 보살펴야 한다(교회법 855조).’고 아주 간단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천주교회 사목지침서에도 ‘세례명 변경’과 관련된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2010년 8월 주교회의 사무처장회의에서 “견진성사 시 예외적으로 사목적 이유에서 세례명 변경을 허용할 경우, 개명 처리와 같이, 성사 대장을 비롯한 기존의 문서에는 변경된 세례명을 추가 기재하고 추가 기재된 일시와 그 근거를 기록한다.”고 결정하였습니다. 따라서 현재 한국천주교회 내에서 세례명 변경은 교회법 규정이 정한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선 사목자의 사목적 판단에 맡겨진 것으로 보입니다.

 

세례명 변경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 보자면, 우선 세례 당사자가 스스로 선택한 세례명이 아니란 이유만으로 세례명을 변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교회법이 세례명 작명의 주체를 부모와 대부모 그리고 본당 신부로 두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세례명을 정하는 데 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세례명에 해당하는 성인보다 더 본받고 싶은 성인이 생겼다는 이유로 세례명을 바꾸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자신의 세례명의 성인이 아니라서 자신이 닮고 싶은 성인의 삶을 따르거나 본받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례명으로 정한 성인의 삶의 기록이 단순히 몇 세기의 ‘순교자’ 혹은 ‘수도자’라고만 기록되어 있다는 이유로 세례명을 변경하는 것도 합당한 이유는 아니라고 봅니다. 순교 영성과 수도 영성이라는 가치만으로도 신앙생활의 분명한 이정표가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단순히 자신의 세례명의 발음이 촌스럽고 너무 흔하다는 이유만으로 세례명을 바꾸려는 시도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제 세례명인 요셉 성인이 항상 대머리 할아버지로 묘사되고, 세례명이 너무 흔해서 ‘아우구스티노’나 ‘세바스티아노’ 같이 길고 드물고 멋있는 세례명을 가진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제 세례명을 바꾸고 싶은 생각을 가진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셉 성인은 성인 호칭기도에서 성모님, 천사들, 성 요한 다음에 위치하고, 대축일로 기념하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잊지 않고 축하해 주고, 요즈음 대머리가 아닌 멋진 요셉 성인의 성상들도 많이 나오고 있으며, 더구나 ‘요셉’이라는 발음이 실제로 매우 아름답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따라서 세례명의 변경은 ‘예외적으로’ 세례 문서를 작성하면서 오류로 인하여 잘못된 세례명이 기재되었거나, 외래어인 성인의 이름을 착오로 인하여 비슷한 엉뚱한 이름으로 잘못 기재하였거나, 아주 특별한 사유로 반드시 세례명을 바꾸어야만 하는 경우에 한하여, 세례와 견진이 하나의 입문 과정이기에 견진 성사 대에 세례시의 착오나 오류를 바로 잡으면서 또한 신자의 분명한 영적 선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세례명 변경을 허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됩니다.

 

[2017년 12월 24일 대림 제4주일 가톨릭제주 4면, 황태종 요셉 신부(제주교구 사법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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