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양심 -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 제11장 ‘평화증진을 중심으로’
평화는 정의와 사랑의 열매 평화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며, 하느님의 계획에 부합되는 인간의 계획이기 이전에 먼저 하느님의 근본 속성이다. 하느님의 영광을 반영하는 모든 피조물은 평화를 염원한다. 하느님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창조하셨기에 모든 피조물은 각 부분에서 훌륭하고 조화로운 전체를 이룬다. 평화는 근본적으로 모든 인간과 하느님 사이의 ‘흠 없는 관계’에 특징과 토대를 둔다. 하느님의 질서를 바꾼 인간의 자발적 행위인 죄로 인하여 세상은 피 흘림과 분열을 겪었으며, 인간관계와 사회관계에서 폭력이 출현하였다. 평화와 폭력은 공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폭력이 있는 곳에 하느님께서 현존하실 수 없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를 훨씬 넘어서는 생명의 충만함을 나타낸다. 평화는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모든 인간에게 주시는 가장 큰 선물의 하나이며 하느님의 계획에 대한 순종이다. 따라서 평화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내리시는 축복의 결과이다. 메시아의 평화에 놀랍도록 명백히 드러나듯이 평화는 인간 사회생활의 목표다. “모든 민족들이 주님의 집에 올라가면, 주님께서 그들에게 당신의 길을 가르쳐 주시고, 그들은 평화의 길을 따라 걷게 될 것이다”(이사 2,2-5). 천지 만물을 포용하는 평화의 새 세상은 메시아 시대에 대한 약속이기에, 메시아는 “평화의 군왕”이라 불린다(이사 9,5). 이렇게 구약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평화에 대한 약속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된다. 평화는 사실 메시아의 탁월한 속성이며 구원의 모든 유익한 결과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평화’(에페 2,14)이시며, 사람들 사이의 갈라놓는 증오의 벽을 허무셨고, 그들을 하느님과 화해시키셨다(에페 2,14-16). 바오로 사도는 이러한 효과적인 단순성으로 그리스도인들에게 평화의 삶과 사명을 시작하도록 근본적인 동기를 부여해 주었다.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시기 전날 밤, 당신 삶의 깊은 의미를 드러내 주는 작별의 말이며, 모든 가르침을 요약한 평화의 선물을 영적 유언으로 남기신다.“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 부활하신 주님의 말씀도 다르지 않다. 제자들은 주님을 만날 때마다 주님에게서 평화의 인사와 선물을 받는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루카 24,36) 평화는 하느님 안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회의 이성적 도덕적 질서 위에 세워진 가치이며 보편적 의무이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의 부재가 아니며, 적대 세력 간의 균형 유지로 격하될 수도 없다. 그보다 평화는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하며, 정의와 사랑에 기초한 질서의 확립을 요구한다. 따라서 ‘평화는 정의의 열매’(바오로 6세, 1972년 평화의 날 담화)이며 ‘사랑의 열매’이다. 정의의 역할은 평화의 장애물을 없애는 일이지만, 평화 그 자체는 사랑의 행위이며 사랑에서만 나올 수 있다. 평화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질서의 추구를 통해 날마다 조금씩 이룩되는 것이고, 모든 사람이 평화 증진에 대한 책임을 조금씩 인식할 때에만 꽃필 수 있다. 평화는 “인간 사회의 창설자이신 하느님께서 심어 놓으신 그 질서의 열매, 또 언제나 더 완전한 정의를 갈망하는 인간들이 행동으로 실천해야 할 사회 질서의 열매”이다(「사목 헌장」, 78항). 따라서 “폭력은 악이며,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고, 인간에게 걸맞지 않는 것이다. 폭력은 우리가 믿는 진리, 우리 인간에 관한 진리와 상충되기 때문에 거짓이다. 폭력은 오히려 그것들이 수호한다고 주장하는 것들, 인간의 존엄과 생명, 자유를 파괴한다”(요한 바오로 2세, 1979년 아일랜드 드로게다에서 한 연설). 교도권은 ‘전쟁의 야만성’을 비난하며 전쟁에 대하여 달리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핵전쟁의 시대에 전쟁을 정의의 도구로 이용할 수 있다고는 거의 상상할 수 없으며 전쟁은 재앙이고 국가 간에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길이 아니며, 지금껏 한 번도 그러지 못했으니 앞으로도 결코 그러지 못할 것이다. 전쟁은 더욱 복잡한 분쟁을 불러일으키며 ‘불필요한 대량 학살’이 되고 되돌릴 수 없는 모험이 되어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위협할 뿐이다. 무력전쟁으로 발생하는 피해는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도덕적인 것이며, 전쟁은 진정 모든 인도주의의 실패이고 언제나 인류에게 좌절을 안겨 주는 것이기에 결코 다시는 일부 민족들이 다른 민족들과 대적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 더 이상의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 [외침, 2017년 12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한만삼 신부(광교1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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