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교회법 (29) 본당의 제 단체의 장을 신자들이 선거로 선출할 수 있나요? 연말과 연시가 되면 각 본당에서 본당 사목구 주임의 사목활동과 전례와 성사 집전을 돕는 단체의 장들이나 봉사 직무를 맡은 이들을 새롭게 세우는 과정을 밟게 됩니다. 이때 본당 주임 신부님과 단체 사이에 약간의 불협화음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어떤 신자들은 저에게 “본당 단체의 회원들인 우리가 선거를 통해서 단체의 장을 선출(選出)하였는데, 왜 본당 주임 신부님께서 이의를 제기하시면서 개입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선거로 뽑았으면 그것으로 된 것이 아닙니까?” 하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교회법의 규정에 대해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먼저 교회법 제228조 1항은 ‘적임자들로 드러나는 평신도들은 그들이 법 규정에 따라 수행할 수 있는 교회 직무와 임무에 거룩한 목자들에 의하여 기용(起用)될 자격이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평신도의 교회 직무 수행과 관련된 교회법 규정들을 살펴보면 평신도는 교회 직무나 교회의 교육 기관이나 교회 법원 등에 ‘임용’될 수 있고, 다양한 평의회에 ‘위촉’될 수는 있으나, 교회 직무나 교회 기관 혹은 교회 내의 평의회에 평신도들의 선거를 통한 선출 자체만으로 교회 직무를 맡을 수는 없습니다(교회법 제129조, 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 제6조 참조). 따라서 비록 본당에 속한 제 단체에서 회원들의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선거를 실시하였다고 하여도, 이는 본당 사목구 주임으로부터 선출된 자를 추인 받거나 제청된 자를 임용받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특별히 각 본당 관할구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성사의 집전과 전례가 교회법 규정에 따라 유효하고 합법적이며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돌보아야 하는 권한과 책임은 본당 사목구 주임에게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봉사 직무나 단체의 장을 기용하고 돌보는 일은 본당 사목구 주임의 고유한 소관 사항입니다. 특별히 성가대와 관련하여 서울 대교구 성음악위원회에서 ‘성가대 직무 지침서’ 발간을 위한 논문 자료로 2017년 2월 22일 내놓은 ‘한국 가톨릭 성가대의 올바른 직무 실천’이라는 문건을 참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건은 “특별히 교회 성가대에 대한 사제의 구체적인 사목권(司牧權)은 지휘자를 임명하는 일에서 드러난다. 지휘자는 전례 안에서의 모든 음악을 총괄하고 조율하면서 집전자를 보필하는 가장 중요한 전례 직무자 중의 하나이므로 마땅히 주임사제로부터 임명을 받아야 하며, 주임사제의 명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지휘자의 임명에 앞서 사제는 이를 위한 위원회를 소집하여 후보자가 음악뿐 아니라 전례적인 면에서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또한 지도자로서 요구되는 통솔력과 인품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성가대 지휘자’로서의 다른 결격 사유는 없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게 한 후, 최종적으로 사제 자신이 직접 면접을 통하여 이 모든 조건들을 판가름하고 나서 합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본당에서 본당 사목구 주임이 평신도에게 직무나 임무를 맡기는 일이 언제나 쉽고 평화롭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와 관련해서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의 제8조의 내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목자와 평신도는 그리스도의 몸을 건설하는 공동 사명을 완수함에 있어서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루어야 한다. 평신도는 자기의 지식과 능력과 자격에 따라 솔직하고 지혜로운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사목자에 대한 존경과 사랑과 순명의 자세를 보전하여야 한다.” [2018년 1월 7일 주님 공현 대축일 가톨릭제주 4면, 황태종 요셉 신부(제주교구 사법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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