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교회법 (31) 대세자는 영성체할 수 없나요? 대세를 받은 사람은 영성체할 수 없고 견진도 받을 수 없다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몇몇 인터넷 교리상식 등에서 대세(代洗)는 세례를 대신하는 것으로 대세자는 다른 성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하고 있는데, 대신할 대(代)자를 쓴다고 해서 ‘세례를 대신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임종 전 대세를 통상적으로 교리교사나 평신도가 거행하는 것으로 특별히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어른 입교 예식 280항) ‘사제를 대신하는 의미’에서 대세(代洗)라고 하는 것이지 세례를 대신하다는 의미에서 대세(代洗)가 아닙니다. 대세를 받은 이의 상태가 호전되었을 때 받게 되는 보례는 이미 유효하고 적법한 세례를 받은 신자를 교리적으로 보충한다는 의미이지, 세례 자체의 부족을 보완하거나 미완결된 세례를 완결시킨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대세는 분명히 합법적이고 유효한 세례입니다. 또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결의에 따라 교종 바오로 6세가 개정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는 「어른 입교 예식」 제3장 ‘임종 대세’ 항목을 보면 임종 대세를 받은 사람도 영성체할 수 있으며 견진성사도 받을 수 있다고 분명하게 나와 있습니다. 임종 대세에 대한 전례 해설뿐만 아니라 전례서 자체에 영성체 예식과 견진성사 예식이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죽을 위험에 있는 병자는 곧 죽을 사람이 아니고 묻는 말을 듣고 대답할 수 있다면 예식서에 따라 임종 대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그가 예비신자일 경우에는 회복하면 정상적 교리교육을 받을 것을 먼저 약속해야 하고, 예비신자가 아닌 경우 미신 행위를 끊는다는 진지한 선언과 함께 건강을 회복하면 정상적 입교 절차를 밟겠다는 약속을 해야 합니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중첩(혼인조당)과 같은 세례에 대한 장애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우선 먼저 이를 확인해야 합니다. 사제가 임종 대세를 줄 경우에는 ‘축성 성유도 있고 시간도 넉넉하면 세례를 준 다음 견진도 베풀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어른 입교 예식서 280, 교회법 889조 2항 참조). 또한 ‘가능한 사제나 부제 또 때에 따라 성체 분배권을 가진 교리교사나 평신도는 새 영세자가 성체를 모실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입교 예식서는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법 913조 2항을 참조한다면 대세자의 영성체 전에 성체에 대한 간단한 교리를 설명해 줄 필요가 있고, 적어도 그리스도의 몸과 일반 음식이 다르다는 것을 대세자에게 주지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예식서 자체에 임종 대세자에 대한 고해성사 부분이 나오지 않지만 이는 대세를 통해 이미 모든 죄를 용서받은 이가(입교 예식서 292, 294 참조) 임종 대세 직후에 고해성사를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지 고해성사 자체가 대세자에게 금지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다만 죽음이 임박한 경우에는 다른 예식을 다 생략하고 세례성사의 유효조건만을 충족하여 세례성사를 베풀도록 예식서는 규정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죽음이 임박하여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세례에 대한 원의의 명시적 확인, 악령과 죄를 끊어 버리는 예식, 신앙고백을 할 수 없고, 환자가 성체와 일반 음식을 전혀 구별할 수 없는 상태 때문에 임종 대세 예식서의 순서에 따르지도 못하고, 단순히 축성된 세례수 혹은 자연수를 가지고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푼 경우에는, 임종 대세 후에 거룩한 성체를 억지로 의식이 없는 환자의 입에 넣는다거나 견진을 베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2018년 1월 21일 연중 제3주일 가톨릭제주 4면, 황태종 요셉 신부(제주교구 사법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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