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교회법 (34) 주일과 의무 축일에는 반드시 미사에 참례해야 하나요? 신자들의 고해를 듣다보면 “지난 주일에 일이 생겨서 주일 미사에 못 왔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이 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에 대하여도~” 하며 죄를 고백하는 경우를 종종 만나게 됩니다. 고해성사를 청한 이유가 단지 지난 주일을 궐한 때문인 것입니다. 주일과 의무 축일에 미사에 참례하여야 하는 의무는 신앙생활의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하지만 고해성사를 제때에 하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성찬에 나아오는 데에 어려움을 겪게 되어 ‘쉬는 교우’로 전락하게 되는 신앙생활의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신자들이 신앙생활의 버팀목에 든든히 기대어 서서 걸림돌을 피할 수 있도록 앞으로 3회에 걸쳐 이와 관련된 교회법 규정을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먼저 주일 미사와 의무 축일 미사를 궐한 것이 고해성사를 청해야 하는 중죄에 해당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교회법 제916조는 ‘중죄를 자각하는 이는 먼저 고행성사를 받지 아니하고서는 미사를 거행하지도 주의 몸을 영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법 제1246조는 ‘부활 신비를 경축하는 주일은 사도전승에 따라 보편 교회에서 근본적 의무 축일로 지켜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회법 제1247조는 ‘신자들은 주일과 그 밖의 의무 축일에 미사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미사 참례 의무는 ‘축일 당일이나 그 전날 저녁(오후 4시 이후)에 어디서든지 가톨릭 예식으로 거행되는 미사에 참례하는 것으로 이행됩니다.’(제1248조 1항) 보편교회는 10일의 의무 축일을 두고 있지만, 한국천주교 사목지침서 제75조는 한국교회 신자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한국교회의 의무 축일은 모든 주일과 주님 성탄 대축일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과 성모 승천 대축일’이라고 규정하며 단 3일의 의무 축일을 두었습니다. 아마도 이를 확인한 신자들은 ‘어! 이상하다. 부활 대축일은 의무 축일이 아니네!’ 하고 놀라실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활 대축일은 일단 언제나 의무 축일인 주일입니다. 그런데 교회법에서 ‘부활 대축일’을 따로 의무 축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이유는 주님의 부활 신비는 단 하루만이 아니라 전례주년의 주일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현되고 경축되고 기념되기 때문입니다. 곧 ‘모든 주일’이라는 표현이 근본적인 축일인 ‘부활 대축일’의 의미를 이미 담아내고 있습니다. 주일이 한 주간의 정점을 이루듯이 부활 대축일은 전례주년 전체의 정점을 이루고 이것이 전례주년 전체 안에 주일로서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성체를 영하기 시작한 신자는 매년 적어도 한 번 성체를 영할 의무가 있는데 이 의무를 되도록 부활시기에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과(제920조 참조) ‘축제일의 우선순위’ 최상의 자리에 주님의 수난과 부활의 파스카 성삼일이 올라가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부활성야에서 정점을 이루는 성주간 전례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요약하면 한국천주교 신자들은 모든 주일[부활 대축일 포함], 주님 성탄 대축일(12월 25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1월 1일), 성모 승천 대축일(8월 15일)에 미사에 참례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교회는 10계명을 ‘고의로 거스르는 것’을 대죄(중죄)로 구분하고 있으며, 이 중 제3계명이 ‘주일을 거룩하게 지켜라.’입니다. 그런데 의무 축일도 주일과 마찬가지로 미사에 참례하고 육체노동을 피하며 거룩하게 지내야 하는 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일과 의무 축일에 ‘부득이한 사유 없이’ 미사에 참례하지 않는 것은 대죄(중죄)에 해당되기 때문에 ‘중대한 이유가 있고 고백할 기회가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과 화해한 은총의 상태에서 성체를 영해야 합니다. [2018년 2월 11일 연중 제6주일 가톨릭제주 4면, 황태종 요셉 신부(제주교구 사법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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