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교회법 (35) ‘부득이하게’ 주일 미사에 참례하지 못했고 대신에 ‘묵주기도’나 ‘성경봉독’이나 ‘선행’을 했다면 고해성사 없이 영성체할 수 있습니다. 1995년에 발효된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 74조(주일과 의무축일의 미사) 4항을 보면, ‘미사나 공소 예절 등에도 참례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대신에 묵주기도, 성경봉독, 선행 등으로 그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부득이한 경우’를 어떤 경우로 이해해야 할지, 묵주기도는 몇 단을 바쳐야 할지, 성경봉독은 어디를 어느 정도 읽어야 할지, 선행은 어떤 선행인지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스스로 부득이한 이유로 주일을 궐했다 생각할 지라도 일단 고해성사를 청한 후에 영성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2014년 3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춘계총회에서 74조 4항의 부득이한 경우란 ‘직업상(출장, 근무시간 등) 또는 신체적(수술, 입원, 병원진료 등) 환경적(폭설이나 폭우, 교통편의 부재 등) 이유로 주일 미사에 일시적이건 지속적이건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라고 해석했고, 또 ‘묵주기도는 5단’, ‘성경봉독은 그 주일 미사의 독서와 복음 봉독’, ‘선행은 희생과 봉사활동 등’에 해당된다고 정리하고, 이와 같은 방법으로 주일 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할 경우 고해성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였습니다. ‘묵주기도와 성경봉독과 선행을 모두 하는 것이 아니라 셋 중에 하나를 실천하는 것으로 주일 미사의 의무를 대신’하게 됩니다. 그런데 직무상 출장 중이었기는 하지만 주일 오전에 업무가 없었고 숙소 근처에 성당이 있었거나, 병원에 입원해 있기는 했지만 병원에 경당이 있었고 주일 미사가 거행되었으며 미사에 참례할 수 있는 건강상태였다면, 그리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미사에는 못 갔지만 시장을 볼 수는 있었다면, 정말 ‘부득이한 이유로’ 주일이나 의무축일을 궐했는지 양심에 짐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판공 시기나 적당한 시기에 고해성사를 청해서 보시면 되겠습니다. 어머니이신 교회가 주일과 의무축일을 강조하고 궐할 경우 고해성사를 보도록 하는 것은 자녀들이 되도록 주님의 밥상에 나와서 생명의 말씀과 구원의 성체를 모시고 살아가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우리의 자녀들에겐 제때에 꼬박꼬박 밥을 챙겨 먹이고 싶어 하면서도, 교회가 주님의 말씀과 성체를 자녀들에게 제때에 꼬박꼬박 챙겨 먹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몰라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 집안의 아버지가 특별한 이유 없이 밥상에 나와 밥을 먹지 않은 자녀에게 ‘지난번에 못 나와서 죄송합니다.’ 한마디 하고 밥상에 앉으라고 했다고 하여 다음부터 밥상에 나오지 않고 아예 집을 나가 버린다면 그런 자식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한 가족이고 식구라면 일단 밥상에 나와서 아버지 말씀도 듣고 가족과 함께 밥도 먹어야 합니다. [2018년 3월 18일 사순 제5주일 가톨릭제주 4면, 황태종 요셉 신부(제주교구 사법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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