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교리] ‘교중 미사’ - ‘하느님 백성과 나를 위한 미사’ 십자가의 죽음을 이기고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이요 구세주로 믿어 고백하는 우리 가톨릭 신자들은 ‘주일’을 거룩하게 지냅니다. ‘주일’은 바로 그분께서 부활하신 영광스러운 날이요 새로운 창조가 시작되는 날이며, 내 안에서 새롭고 영원한 생명이 힘차게 솟아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주일’이 이처럼 소중한 날이기에 교회는 모든 신자들이 빠짐없이 주일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미사’, ‘학생미사’, ‘청년미사’ 등 연령대를 고려한 미사를 봉헌하기도 하고, 다양한 시간대에 미사를 봉헌하며 신자들을 초대합니다. 주일 하루 전인 토요일에 봉헌하는 주일미사가 대표적입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주일이나 대축일 전날 오후 4시 이후에 봉헌하는 미사를 주일 또는 대축일 미사로 인정해 왔습니다.(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 제74조 1항 참조. 이전에는 이 미사를 ‘특전미사’라고 불렀지만 2015년 주교회의의 결정에 따라 ‘토요일 주일미사’라고 부릅니다.) 또한 주일 당일에는 새벽, 아침, 저녁미사 등을 봉헌하는데, 이는 다양한 상황과 조건 아래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신자들이 주일미사를 궐하지 않고 꼭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다양한 시간과 연령대를 고려하여 봉헌하는 여러 대의 주일미사 중에 ‘교중미사’는 가장 우월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교중미사’는 ‘백성을 위한 미사’(Missa pro populo)라는 뜻입니다. ‘교중미사’는 교구장 주교와 본당의 주임사제가 모든 주일과 의무 축일에 미사예물을 받지 않고 자기에게 맡겨진 신자들을 위해 봉헌하는 미사이기 때문입니다.(교회법 제534조 1항 참조) 따라서 ‘교중미사’ 때에는 미사예물을 받지 않습니다. 다른 미사 때에는 ‘산 이를 위한 미사’ 또는 ‘죽은 이를 위한 미사’ 등 개인적이거나 특별한 지향을 두고 미사를 봉헌합니다. 그러나 ‘교중미사’ 때에는 오로지 그 본당의 모든 신자들을 위한 지향으로 미사를 봉헌합니다. 그러므로 ‘교중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별도의 미사예물을 봉헌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위한 지향으로 미사를 봉헌하는 것입니다. ‘교중미사’는 바로 ‘나를 위한 미사’입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이 ‘교중미사’를 주일과 대축일 오전 10시 또는 10시 30분에 봉헌합니다. 이 시간은 가장 많은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루 중 우리의 몸과 마음이 가장 깨어있는 시간이기에 이 시간을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것은 주일 하루 전체를 봉헌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모든 신자들이 ‘교중미사’에 참여할 것을 권고합니다. 물론 부득이한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토요일 주일미사나 새벽미사 또는 저녁미사 등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본당의 모든 신자들을 위해’, ‘나를 위해’ 봉헌하는 ‘교중미사’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주님의 뜻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 본당의 가족들과 같은 빵을 나누어 먹으며 사랑과 친교를 확인해야 합니다. 단순히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이유로, 사람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교중미사’를 피하는 것은 반드시 삼가야 합니다. 주일을 거룩히 지내는 모습이 결 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보라, 얼마나 좋고 얼마나 즐거운가, 형제들이 함께 사는 것이!”(시편 133,1) [2018년 4월 8일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이영우 베네딕도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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