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교리] ‘구원’ - 원초적 거룩함과 의로움의 회복! 하느님 모습으로 창조된 사람은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원초적 거룩함과 의로움’의 은총을 누렸습니다. 이 은총에 힘입어 영원히 죽지도 않고 그 어떠한 고통도 당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자기 자신은 물론이요 다른 모든 피조물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악마에게 유혹을 받아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께 불순종함으로써 ‘원죄’를 저지른 사람은 이 모든 은총을 잃어버립니다. 사람은 이제 고통을 당하고 죽어야만 하는 처지가 되고 맙니다. 육체에 대한 영혼의 지배력은 손상되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피조물 사이의 모든 조화도 깨져버립니다.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신앙생활을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을 믿는 모든 사람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시고자 이 세상에 오셨다고 말씀하십니다.(요한 3, 16 참조) 그런데 이 ‘영원한 생명’이란 ‘원죄’를 범하기 이전에 사람이 누리고 있었던 바로 그 ‘영원한 생명’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구원’이란 ‘원죄’를 통해 잃어버렸던 ‘원초적 거룩함과 의로움’의 상태를 다시 회복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해 놓으신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누리던 그 완전한 친교를 회복함으로써, 그분의 영원한 생명에 다시 참여하는 것입니다. 육체에 대한 영혼의 지배력을 회복하여 온전한 내적 조화를 이루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고,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어 행하시고 말씀하시고 고통 받으신 모든 것 역시 ‘원죄’를 저지름으로써 타락한 인간의 원초적 소명, 즉 ‘원초적 거룩함과 의로움’을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교회는 이를 그리스도의 ‘총괄 실현’(recapitulatio)의 신비라고 부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518항 참조) “하느님의 아들이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실 때, 그분께서는 자신 안에서 인간의 역사 전체를 총괄적으로 실현하시고, 우리에게 구원의 지름길을 마련해 주셨다. 그러므로 아담으로 잃은 것, 곧 하느님을 닮은 모습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되찾게 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518항) 그리스도께서 이룩하신 이 ‘총괄 실현’은 우선적으로 “모든 것을 전체적으로 실현하셨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의미에서 보자면,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리셨다.” 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 주셨다.”라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신앙 역시 그리스도께서 마련하신 이 ‘총괄 실현’이라는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신앙의 출발점은 지금까지 범한 모든 죄(본죄)는 물론이요 원죄까지 용서받는 세례성사인데, 이는 곧 ‘원초적 거룩함과 의로움’의 은총을 회복하여 영원한 생명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앙생활이란 이 은총을 잃지 않고 잘 간직하며 사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죄를 지어 이 은총을 잃으면, 내적 참회와 고해성사를 통해 다시 이 은총을 회복합니다. 다시 하느님과의 온전한 친교의 상태로 되돌아갑니다. 그리스도께서 이룩하신 ‘총괄 실현’의 신비를 우리는 이렇게 ‘회개’를 통해 내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것입니다. 결국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하신 구원도, 죄와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치는 우리의 회개도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원래의 모습, 그 은총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2018년 9월 2일 연중 제22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이영우 베네딕도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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