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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1: 가톨릭교회교리서 서문(1-25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12-31 조회수2,979 추천수0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 가톨릭교회교리서 서문(1~25항)


왜 교리를 배우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을까?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Harry Harlow) 박사는 1958년 ‘사랑의 본질’(The Nature of Love)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한 실험을 합니다. 그 발단은 이러합니다. 갓 태어난 붉은 털 원숭이를 어미와 분리시켜 혼자 우리에서 키웠습니다. 깨끗한 환경과 질 좋은 먹이를 먹고 자라면 일반적인 자연환경에서 자란 원숭이들보다 더 튼튼하게 자랄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그 새끼 원숭이는 신체는 튼튼하지만 정서적으로는 매우 불안정하게 변했습니다. 웅크리고 앉아 손가락을 빨며 자해행위를 하고 우리 밑에 깔아준 수건에 지독한 집착성향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할로우 박사는 상자 안에 ‘먹이를 주는 철사 엄마’와 ‘먹이를 주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천으로 만든 엄마’를 만들어놓고 새끼 원숭이가 ‘생존을 위한 먹이’에 더 집착하는지, ‘부드러운 감촉’에 더 집착하는지를 알아본 것입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진화론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원숭이는 생존을 위한 먹이보다 부드러운 감촉을 주는 인형을 자신의 엄마로 선택한 것입니다. 배가 고플 때 잠깐 우유 통이 꽂혀있는 철사로 된 어미인형에게 갔을 뿐 하루 18시간 동안 헝겊 엄마를 껴안고 있었습니다. 무서운 상황을 연출할 때도 새끼 원숭이는 주저하지 않고 헝겊 원숭이에게 매달렸습니다. 

 

이것은 생존을 위해 진화한다는 진화론자들의 생각과 정 반대가 되는 결과입니다. 원숭이 수준만 되어도 생존보다는 ‘소속감’에서 오는 행복을 본능적으로 더 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등동물이 될수록 혼자 배불리 먹으며 생존하는 행복보다 가족이나 무리에 속한 행복을 더 추구하도록 결정되어 태어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부모로부터 무리에 속하기 위한 기술을 배우기 위해 고등동물이 될수록 부모와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모기는 ‘떼’라고 하고 원숭이는 ‘무리’라고 하며 사람은 ‘공동체’라고 합니다. 모기는 부모에게서 사랑을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생존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관계를 맺을 수는 없습니다. 모든 관계는 주고받는 것으로 형성되지만 모기는 부모로부터 주는 것을 배우지도 못했고 그래서 가진 것을 나눌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동물이 무리생활을 하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들이 신앙인이 교회라는 공동체에 속하기 위해 배워야 하는 ‘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을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한 가족으로 묶기 위해 그리스도를 통하여 교리라는 가르침을 남겨놓으셨습니다. 동물의 새끼가 부모로부터 배우지 못하면 그 무리에 속할 수 없듯, 인간도 하느님의 가르침을 받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 백성에 속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교리서 서문에서 가장 먼저 이 말씀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요한 17,3)

 

인간이 부모로부터 배우는 모든 것이 사회에서 좋은 관계를 맺고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듯,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을 통하여 교회에 맡겨주신 모든 가르침이 또한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한 ‘진리’입니다. 이 진리를 우리는 ‘교리’라고 하고 이 교리를 배워 익혀 하느님 나라의 행복에 참여하는 것을 ‘구원’이라 말합니다. 관계를 맺기 위해 부모가 자녀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사랑’이듯,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알려주시고 싶은 모든 교리의 내용은 ‘사랑’ 하나로 집약됩니다.(25항 참조) 이 사랑만으로 인간은 본래 창조된 의도대로 하느님 가족에 속할 수 있게 하고 그 창조된 목적인 행복에 도달할 수 있게 만듭니다. 이를 위해 교리서는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부르시며, 있는 힘을 다하여 당신을 찾고, 알며, 사랑하도록 도와주신다”(1항)라고 하고 그 목적이 하느님 가족의 모임인 ‘교회’를 형성하는 것에 있다고 가르치는 것입니다.(1항 참조) 그래서 교리를 배우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행복해지고 싶지 않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수원가톨릭대 교수) - 로마 우르바노대학교에서 성서신학 석사 학위를 받고, 2004년 수원교구 사제로 서품됐다. 이후 로마 우르바노대학교에서 교의신학을 공부해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오산본당 주임과 수원교구 복음화국 부국장을 거쳐 현재 수원교구 영성관 관장을 맡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9년 1월 1일, 전삼용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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