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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7: 정경(120~141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2-18 조회수2,929 추천수0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7. 정경(120~141항)


성경은 모자이크와 같다

 

 

성경은 ‘연애편지’와 같습니다. 연애편지가 도착했는데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면 지식이 없어 읽을 능력이 없던지, 혹은 그 보낸 사람에 대해 사랑이 없는 것입니다. 성경을 읽지 않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성 예로니모는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133항 참조) 그리스도에 대한 ‘지식’도 없고 ‘사랑’도 없다는 뜻입니다.

 

연애편지는 문자가 아니라 속뜻으로 읽어야합니다. “당신 사진이 있어 참 다행이네요”라고 적혀 있다면 “보고 싶다”란 의미입니다. 성경도 문자만이 아니라 그 상징적인 의미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상징적인 의미를 알게 하는 ‘지식의 힘’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인 ‘성전’(聖傳)이고 ‘사랑의 힘’은 그리스도에 의해 부어진 ‘성령’입니다. 이 두 힘이 교회에 있기에 교회만이 가장 완전한 성경의 해석자가 됩니다. 

 

성경은 또한 ‘모자이크’와 같습니다. 모자이크는 조금 떨어져 전체적인 그림을 보아야합니다. 한 부분의 작은 조각만 보고 그것이 성경의 전체라고 믿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모든 이단은 성경의 작은 부분에만 집중하여 그것이 마치 전체인양 이야기를 꾸며댑니다. 교회의 성경해석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런 이단들의 주장에 끌려가게 됩니다. 성경의 부분들은 모자이크처럼 돼 있기 때문에 그것을 떼어 원하는 모양으로 재조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 해석을 통해 많은 이단과 많은 분파들이 생겨날 수 있는 것입니다. 

 

초대교회 때부터 이런 잘못된 해석으로 많은 이단이 생겼습니다. 물론 예수님을 직접 눈으로 본 사람들의 증언에 의해 신앙이 전파될 때는 이단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예수님의 증인들이 사라져가자 그 증언이 글로 옮겨졌고 그 이후부터 해석의 차이들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복음서라고 주장되는 것만 40여 권이 되었고 사도들이 썼다는 편지는 수천 통에 달했습니다. 그들 중에는 참 진리가 담긴 복음서나 편지도 있었지만 다른 많은 것들은 이단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에 성경해석의 유일한 권위자인 교회는 참된 것과 거짓된 것을 가려내어 교회가 갈라지지 않게 해야 할 의무를 느꼈습니다. 이때부터 ‘정경화’(正逕化)가 시작된 것입니다. 정경은 교회의 권위로 선별된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성경에 포함된 ‘목록’을 가리킵니다. 교회는 거의 400년간의 작업 끝에 지금 우리가 보는 정경목록을 확정하였습니다. 구약정경 46권은 희랍어 번역본인 칠십인역(LXX)을 기본으로 합니다. 칠십인역은 신약성경 저자들이 구약을 인용할 때 썼던 성경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구약과 신약을 하나의 그림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신약은 구약에 감추어져 있으며 구약은 신약 안에서 드러난다”라고 하였습니다.(129항 참조) 이를 ‘예형론’(typologia)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교회는 홍수에서 유일하게 구해 주는 노아의 방주에 비유된다”(845항)라고 할 때, 이는 노아의 방주를 예형론적으로 해석하여 교리에 적용한 것입니다. 교회는 이 예형론에 의거하여 ‘하느님의 계획안에서 신구약은 하나다’라고 가르칩니다(128~130항 참조). 

 

새로운 계약(신약)이 세워졌다고 옛 계약(구약)이 폐기될 수는 없습니다. 구약이 전하는 대로 십계명을 지켜야 천국에 가는 것은 맞지만, 신약은 그리스도를 믿고 성령을 받지 않으면 그 계명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사랑의 십계명은 인간의 힘으로는 지킬 수 없고 그리스도를 통해 오시는 성령의 힘으로만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로마 5,5 참조) 이렇게 구약은 신약을 보완하고 신약은 구약을 완성합니다. 모자이크는 한 부분만을 보아서는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구약과 신약은 ‘계약을 통한 구원’이라는 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완성된 그림의 모양은 성전(聖傳)과 성령이 충만한 가톨릭교회만 온전히 알고 있습니다. 교회가 성경의 유일한 해석의 권위를 지니고 있음은 교회가 성경목록을 정할 수 있었고 적어도 신약목록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받아들였다는 것에서 증명되었습니다.

 

[가톨릭신문, 2019년 2월 17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 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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