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7. 사회교리의 최우선 원리 ‘인간 존엄’
인간존엄 지키면 ‘구조적 타살’ 막을 수 있어 박 형제: 신부님, 제가 아는 청년이 일터에서 크게 다쳤습니다. 보상은 받을 수 있지만 후유증도 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입니다. 이번에 알았는데 여전히 일터에서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많다 합니다. 이 신부: 맞습니다. 안전보건공단 통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년간 산업재해는 사망자만 1800여 명, 부상은 8000~9000건에 이릅니다. 하루에만 5~6명이 죽고, 20~30명이 다칩니다. 박 형제: 그렇게 많은 분들이 죽고, 다치시는지 몰랐습니다. 저도 이제 그런 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습니다. 24살 청년 컨베이어 벨트에서 황망히 사망 작년 12월 11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본부 환승타워에서 한 청년(고(故) 김용균씨)이 사망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해당 화력발전소에서 1029건의 작업 안전 위반사항이 적발됐고 결국 이 죽음은 위험천만한 작업환경에서 일어난 인재(人災)였습니다. 실재로 이 발전소에서만 10년간 12명이 사망했습니다. 현장 근무자들이 안전개선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해당 발전소는 책임이 없다며 묵살했습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 제도개선을 요구했고 국회와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했습니다.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가운데 가장 위험한 작업장인 연료환경운전 파트(2300명)에 고용된 인원을 모두 정규직화 하기로 했습니다. 재발방지 노력과 제도개선이라는 결과를 얻었지만 청년의 죽음과 남겨진 가족의 슬픔은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연간 1800여명 좋은 직장을 꼽을 때 안전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위험한 사업장도 있습니다. 누가 그곳에 가려할까요? 그러나 가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로 생계가 힘든 우리의 이웃들입니다. 위험하지만 가족을 위해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연간 1800여 명이 사망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기업 간 하청이 사회문제로 대두됐습니다. 어렵고 힘든 업무를 외주로 맡기는데 원청은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하청업체도 비정규직을 고용하기에 책임이 없습니다. 이를 ‘죽음의 외주화’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사람과 생명, 안전보다 비용과 효율성, 생산성을 더 중시하기에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인간 존엄을 경시하는 온갖 위험과 차별, 불의가 사회에 쌓여 ‘구조적 타살’로 이어집니다. 이는 매우 불의(不義)하며 반드시 개선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회교리는 인간존엄을 지키기 위해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연대할 것을 간곡히 권고합니다. 사회교리의 최우선 원리 ‘인간 존엄’ 교회는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알든 모르든, 모든 사람, 무엇보다 가난한 이들과 고통받는 이들이 자기 형제자매라는 것을 깨닫도록 권유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 형제를 위해서도 목숨을 바치셨다.”(사회교리 3장 105항, 1코린 8,11; 로마 14,15) 사회교리는 ‘인간 존엄’을 천명하는 원칙에서 발전됐기에 그 최고 원리와 본질은 ‘인간 존엄’입니다. 「간추린 사회교리」는 가르칩니다. “거룩한 교회는 인류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를 함께 나누며(60항) 인간을 위해 존재하며(106항) 어떠한 순간에도 인간 존엄성을 수호한다.(107항)”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번 한 주간도 우리 주변의 고통받는 이웃들을 기억하고 기도하시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가톨릭신문, 2019년 2월 17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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