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9. 청소년들의 노동 권리에 대해
어리다고 노동권마저 침해 … 약한 사람 권리 지켜줘야 “약한 이와 고아의 권리를 되찾아 주고 불쌍한 이와 가련한 이에게 정의를 베풀어라.”(시편 83,2) 김 형제 : 신부님, 제가 작은 치킨집을 개업했습니다. 이 신부 : 아, 그러시군요. 축하드립니다. 부디 번창하시길 기원합니다. 김 형제 : 저도 아직은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고등학생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는데 제가 근로계약서를 쓰자했더니, 글쎄 그 녀석이 안 써도 된다는 겁니다. 이 신부: 아, 저런! 김 형제: 그래서 근로계약서의 교부와 작성은 사업주와 피고용인의 의무라고 설명해 줬습니다. 일을 할 생각만 하지 자신의 권리를 잘 모르는 것 같더라구요. 이 신부: 아, 정말 잘하셨습니다. 근로계약서를 아시나요? 현행 근로기준법 17조를 보면 ‘근로계약서의 작성과 교부를 통해 임금, 근로시간, 휴가 등의 근무조건을 명시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어른들에게는 익숙한 내용이지만 많은 청소년은 이를 모르고 있습니다. 입시위주의 교육환경에서 배울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근로계약서가 노사 상호간 법적 안전장치이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상 15세부터 일을 할 수 있고, 많은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나 경제 활동에 참여합니다. 그런데 일을 해 본 중고등학생 중 근로계약서를 한 번도 안 써 본 비율은 평균 63%이며, 여성가족부의 2017년 근로청소년 대상 부당행위 적발 검사에서 전국 278개 사업장 가운데 137개 업소에서 노동 관련법 위반이 발견됐습니다. 또한 청소년 근로권익센터의 3년간 통계에 의하면 청소년 부당 노동 신고 접수가 매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청소년들은 스펙과 경험뿐만 아니라 생계가 어려워 일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청소년 부당 노동행위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본인의 책임도 있지만 어른들의 무관심에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취약계층으로서 청소년, 일 시킬 때는 어른 돈줄 때는 아이 많은 청소년들이 일터에서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지 못하고 노동조건이 불합리함에도 피해를 감내합니다. 여러 조사에서 취업 청소년 중 75%가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33%가 인격모독, 욕설, 성희롱과 임금갈취, 초과근무 등의 부당행위를 겪었다고 합니다. 아직 어린 청소년이기에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일까요? 그러나 이들이 성장해 훗날 우리 사회의 기둥이 되고 지도자가 됩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 청소년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사랑 필요 최초의 사회교리 문헌이며 ‘노동헌장’인 레오 13세 교황의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 1896년)는 천명합니다. “약한 이들의 권리, 가난한 이들의 존엄성, 부유한 이들의 의무를 통해 이 세상에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14항,17항) 청소년들을 우리의 미래라 표현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청소년들이 법의 사각지대 속에서 사회와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최근 개봉한 ‘가버나움’이라는 영화는 난민문제와 빈곤 그리고 고통받는 한 어린이를 통해 어른들의 무책임을 고발하며 어른으로서 우리 자신을 성찰하게 합니다. “교회의 사회교리는 고발을 통하여, 인정받지 못하고 침해받는 권리들, 특히 가난하고 보잘것없고 약한 이들의 권리를 판별하고 수호한다.”(「간추린 사회교리」 81항) [가톨릭신문, 2019년 3월 3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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