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신앙 레시피] 판공성사
고해소의 문은 항상 열려있어요 부활을 준비하면서 대부분의 성당에서는 성사표를 나눠주고 판공성사를 봅니다. 판공성사란 우리나라에서 부활과 성탄을 준비하며 행하는 고해성사를 말합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이지요. 예전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성사생활을 하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사제가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특히 박해로 인하여 외진 곳에 숨어 지냈기 때문이지요. 정말 운이 좋아야 겨우 일 년에 한 번 정도 고해성사를 받고 성체를 영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제는 신자들이 모여 있는 마을을 방문합니다. 그러면 신자들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주님의 몸을 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지요. 이때 사제는 고해성사를 주기 전에 신자들이 성사를 볼 자격이 있는지 일종의 시험을 보았습니다. 이를 찰고라고 합니다. 찰고는 주로 교리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찰고에 통과한 신자들만이 성사표를 받아 고해성사를 볼 수 있었지요. 신자들이 자신의 신앙 성장을 위하여 얼마나 공을 쌓았는지 판단한 다음에 받는 성사라고 하여 판공성사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신자들은 찰고 없이도 자유롭게 판공성사를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일 년에 적어도 한 번은 의무적으로 고해성사를 받고 영성체를 해야 합니다. 일 년에 꼭 한 번만 고해성사를 하고 성체를 영해야 한다면 그것은 부활시기에 이루어져야 하지요(교회법 제920조). 그러나 우리 한국천주교회는 예수님 부활과 성탄에 매년 두 번의 판공성사를 보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신자들이 좀 더 편하고 쉽게 고해성사를 봄으로써 신앙심을 키우는데 합당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활이나 성탄 판공성사를 받지 못한 신자는 일 년 중 어느 때라도 고해성사를 받았다면 판공성사를 받은 것으로 인정됩니다(한국천주교주교회의, “주일 미사와 고해성사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 공동 사목 방안”, 2014.03.27. 참조). 판공성사 기간에 성사를 못 봤다고 해서 고해성사의 기회를 놓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 신자들은 자신의 본당이 아니라도, 또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도, 고해성사를 보는 것이 가능합니다. 고해소의 문은 항상 열려 있으니까요. 사랑과 용서의 하느님이십니다. 나의 죄를 용서해주시기 위해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어디서나 나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2019년 3월 31일 사순 제4주일 서울주보 4면, 고준석 토마스데아퀴노 신부(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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