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8. 경제와 노동 편을 마치며 ‘사랑의 문명을 건설하는 경제와 노동’
기술은 사람 위한 도구… 생명 위해 사용해야 4차 산업혁명, 축복인가 재앙인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렸습니다. 초고속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유비쿼터스 모바일 인터넷, 인공지능 등이 특징입니다. 스마트폰과 플랫폼 경제의 대중화, 드론과 자율주행 자동차 등이 벌써 상용화됐습니다. 과거에 비할 바 없는 신(新)문명 시대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세계적 경제 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쏟아냅니다. 이 변화가 너무나 엄청난 속도로 모든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고 급속히 기존 시스템을 재편,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의 증가와 고령화·저성장 시대 속에서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감소·인간소외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됩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말합니다. “네가 어른이 됐을 때는 일이 없어질지도 몰라.”(유발 하라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중) 실제로 제조·생산 분야는 무인 스마트 공장이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 합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편리하지만 버스와 택시 일자리는 사라집니다.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입니다. 새로 일자리가 생겨도 단순 노동이 아니라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기에 많은 사람들에게는 불리합니다. 급격한 변화에 맞춰 자기개발과 전문성을 갖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청소년과 여성, 장애인, 노년층 그리고 미숙련, 저학력,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사회 취약계층에게 이러한 상황은 매우 비참합니다. 수명은 늘어나는데 사회적 안전망마저 취약하다면 많은 사람들의 삶은 결국 경제적으로 무너질 것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신산업혁명을 통해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야 4차 산업혁명은 피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입니다.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대응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변화에 필요한 성숙한 가치와 정신입니다. 과학과 기술을 지혜롭게 이용하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공통의 담론을 위한 첫 번째 원칙은 바로 인간과 생명 수호입니다. 과학기술은 사람에 의해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입니다. 그러므로 인간과 모든 생명을 위해 사용돼야 합니다. 둘째로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생태적 원칙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제는 무분별한 소비와 욕심이 아니라 자연친화적이며 절제하는 경제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셋째는 노동친화적인 기술혁신을 이뤄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결코 인간과 같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인간의 영성과 창의성마저 대신할 수 없습니다. 기술과 인간이 결합해 영성적 가치가 중심이 되는 경제·노동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 인간 중심의 사랑의 문명 현대의 경제는 사람을 소비자로만 인식하고, 노동을 비용적으로만 이해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수행하는 노동은 우리의 삶과 일상을 포함해서 정신과 영혼, 사회와 세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장하준, 「쉘위」 중) 신산업혁명을 통해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세계란 하느님을 닮은 인간이 노동을 통해 사랑을 만들어가는 세계입니다. 우리는 공동의 책임의식을 지녀야 합니다. 지성적·정책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영성을 회복하고 노동의 올바른 가치를 회복해야 합니다. 노동은 사랑입니다. “정의롭고 덜 폭력적인 인간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굳은 각오를 하고 있는가? 약육강식이 아니라 나눔의 사회를 위해서, 소유가 아니라 행복을 우선시 하는 사회를 위해서. 결국은 태어날 아이에서부터 우리 곁을 가장 먼저 떠나게 될 사람까지. 가장 약한 이들을 보호하는 목표를 핵심에 놓는 사회를 위하여.”(에두아르 테르로, 「교황의 경제학」 중) [가톨릭신문, 2019년 5월 5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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