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처음입니다만] (11) 왜 여자만 미사보를 쓰나요
겸손한 마음 담은 아름다운 전통 '미사보' - 미사보를 쓰는 것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소박하고 정결한 생활과 정숙한 몸가짐의 표현으로 초대 교회의 관습이 보편화돼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라 보면 된다. 가톨릭평화신문 DB. 나처음: 성당에서 하얀 머릿수건을 쓰고 기도하거나 미사에 참여하는 여성 신자들을 보면 경건한 마음이 생겨요. 다소곳한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저절로 기도하게끔 해요. 참 아름다운 교회 전통 같아요. 조언해: ‘미사보’라고 하는 거야. 말 그대로 머리를 가리는 보자기지. 어르신들, 할머니 세대까지만 하더라도 기도할 때는 어디서건 꼭 미사보를 썼는데 요즘엔 잘 안 해. 귀찮기도 하고 무엇보다 성당 안에서 남녀를 차별하는 듯해서 달갑지 않아. 신부님, 미사보를 꼭 써야 하는 건 아니죠? 라파엘 신부: 머리를 가리는 행위는 여러 의미가 있단다. 먼저, 경외와 존경의 표시로 머리를 가린단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남자들도 머리에 둥글고 납작한 ‘키파’라는 모자를 쓰고 기도를 하지. 또 머리를 가리는 것은 ‘동정’과 ‘순결함’을 뜻하기도 해. 여자 수도자들이 베일로 머리를 가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야. 아울러 신부님의 전례복이 고대 로마 시대 귀족이나 제관들의 옷에서 비롯된 것처럼 미사보도 당시 귀족 부인들이 즐기던 머릿수건에서 유래됐다고 할 수 있어. 물론 여성들이 머리를 가리는 것은 구약시대 때부터 이어져 온 유다인의 관습일 뿐 아니라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서도 그렇게 했지. 가톨릭교회에서 여교우들이 미사보로 머리를 가리는 것은 세례성사를 통해 깨끗해졌다는 순결함을 드러내는 오랜 교회의 관습이라고 이해하는 게 가장 타당해. 많은 이가 미사보에 관한 성경의 가르침으로 바오로 사도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 11장 5절의 말씀을 제시한단다. “어떠한 여자든지 머리를 가리지 않고 기도하거나 예언하면 자기의 머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입니다”라는 말씀인데, 이 말씀을 여자들은 여전히 하느님께 대한 경외와 존경을 표시해 머리를 가려야 한다는 식으로 해석한 것이지. 안타깝게도 오늘날 많은 여교우들이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을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는 가르침으로 인지하고 그 저항의 하나로 미사보 사용을 거부하고 있단다. 하지만 바오로 사도는 결코 남녀를 차등하지 않았단다. 오히려 교회 안에서 남자와 여자를 완전히 동등하게 대우했단다.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세례를 받은 여러분은 다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갈라 3,27-28)라고 말씀하셨지. 바오로 사도가 여교우에게 머리를 가릴 것을 요청한 것은 당시 사회 문화의 관습을 제시한 것이라고 보는 게 합당하단다. 바오로 사도가 남교우들에게 머리를 가리지 말라고 한 것은 당시 랍비 전통이 예배 때 머리를 가리지 말 것을 강조했기 때문이란다. 이처럼 미사보를 쓰는 것은 교회의 오랜 관습일 뿐 신앙의 본질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란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소박하고 정결한 생활과 정숙한 몸가짐의 표현으로 전례 때 미사보를 써오던 초대 교회의 관습이 보편화돼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라 보면 돼. 따라서 전례나 개인 기도 중에 미사보를 사용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할 수 있어. 영성체할 때 미사보를 해야 한다거나 미사보가 없으면 미사를 비롯한 다른 성사나 전례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거란다. 다만, 주님을 만나기 위해 겸손함과 단정함을 갖출 목적으로 미사보를 하는 것은 권장할 만하지 않니. 많은 이들이 미사보를 쓰고 있는 여교우들을 칭찬하는 걸 보면 아름다운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해.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5월 12일, 리길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