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23. 포용과 생명의 가치 그리고 다문화 가정(「간추린 사회교리」 222항)
이주민, ‘더불어 사는 이웃’이라는 인식 변화부터 지난 3회에 걸쳐 사회교리 가정편을 연재하며 가정의 중요성, 어린이와 노인에 대한 각별한 관심, 가정 안에서 신앙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은 다문화 가정을 통해 ‘포용과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다문화 학생 2.2% 차지 국내 체류 외국인이 230만 명을 넘은 가운데 인구통계를 보면 다문화 가구수는 전체 가구수의 1.5%에 해당하는 31만8917가구로서 2012년 26만6547에 비하면 뚜렷한 증가세입니다. 다문화 가정들 중 10년 이상 국내에 장기체류하는 가구수는 현재 60%에 달합니다. 또한 2017년 신생아 중 5.2%가 다문화 가정 출생이며 2018년 국내 다문화 학생이 12만2000명으로 전체 학생의 2.2%를 차지합니다. 초등학생은 3.1%입니다. 그러나 다문화 가구에도 심각한 아픔이 있습니다. 바로 폭력과 차별입니다. 다문화가정에서 일어난 폭력 신고가 2014년 123건에서 2016년에는 976건으로 급증했습니다. 폭력이 여성에게 집중되는 것 또한 매우 개탄스럽습니다. 다문화 가구 청소년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은 2015년 3.2%에서 2018년 8.2%로 5% 포인트 증가했습니다. 통계로 추산할 수 없는 수많은 따돌림과 소외, 무시와 차별이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우리와 같은 민족임에도 성장 환경과 문화가 다른 탈북민, 중국동포들도 한국사회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언어적 한계, 문화적 이질감,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는 요소들이 기성 사회와의 갈등을 유발합니다. 가정의 참된 의미, 포용과 생명 가정은 작은 사회입니다. 그리고 사회도 작은 가정입니다. 내 가정 안에서 사랑이 가득하면 바깥 사회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건강한 가정이 모여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사회가 건강할 때 아픈 가정을 돌봅니다. 가정과 사회의 본질은 ‘포용’(inclusive)입니다. 존중하고, 배려하고 대화하며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포용입니다. 그러한 포용이 만들어내는 가치가 바로 생명입니다. 그리고 포용은 이웃과 함께 사회에서도 실천돼야 합니다. 현대사회는 많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사회가 서로 포용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잃어가는 것입니다. 서로 무관심하고 무조건 적대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가정과 개인에게도 불안과 갈등, 위기를 끼칠 것입니다. 회복돼야 할 공동체의 가치 예수님께서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라고 하셨습니다.(마태 12,50) 아버지의 뜻은 바로 이웃에 대한 포용입니다. 이 ‘포용’이라는 가치가 가정과 사회에서 실천돼야 합니다. 사회교리에서도 가정에 대한 중요성을 특별히 언급하며 가정의 정신인 포용이 사회에서도 이뤄지길 희망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204~259항) 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노력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인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다문화 형제자매들을 우리도 포용해야 합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국내에서 최초로 필리핀 이주민들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셨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다문화 가족들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난한 외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차별과 소외가 만연합니다. 우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하느님께는 그 어떠한 차별도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시어 외아들을 보내 주셨다.(요한 3,16) 그리스도께서 이룩하신 구원은 땅 끝에 이르기까지(사도 1,8) 선포돼야 하므로, 사랑의 새 계명은 온 인류 가족을 포함하며 한계가 없다.”(「간추린 사회교리」 3항) [가톨릭신문, 2019년 6월 9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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