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은총] 견진성사는 주교님과 총대리 신부님만 주시는 성사인가요? 예전에 본당에서 신자들이 “올해는 견진성사에 다른 신부님이 오시니까 견진성사를 받지 말아. 내년에 주교님이 오시면 견진성사를 받아.”라고 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교회법 제882조에 의하면 견진성사의 정규 집전자는 주교님입니다. 그러나 주교님으로부터 특별권한을 받은 신부님도 견진성사를 수여할 수 있고, 그 당시에 견진성사를 받는 신자들이 많아서 주교님께서 본당 신부인 제게도 견진성사를 수여할 권한을 주셔서 주교님과 함께 견진성사를 수여했는데, 그 신자분이 혹시 제게 견진을 받았으면, 애써서 1년을 기다리며 주교님께 견진성사를 받으려고 했지만 아무런 보람도 없게 되었을 것입니다. 견진성사의 정규 집전자는 주교님입니다. 주교님이 견진성사를 집전함으로써 성령 강림 날의 성령 강림을 더욱 명백히 드러냅니다. 왜냐하면 사도들이 성령을 가득히 받고 그 성령을 다른 신도들에게 전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주교님의 집전으로 견진자들이 성령을 받음으로써 견진자들을 교회에 결합시키는 인연이 명백히 드러나고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스도를 증거해야 할 그리스도의 계명도 더욱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그러나 죽을 위험이 있는 이에게는 어느 사제든지 견진성사를 집전할 수 있습니다. 교구장 주교님이 견진을 집전하든지 다른 주교를 시켜 견진을 집전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한 사제에게나 여러 사제에게 견진 집전권을 줄 수 있습니다. 견진자가 너무 많을 경우에는 다른 사제들을 공동 집전자로 할 수 있습니다. 견진성사를 받을 수 있는 적절한 나이는 만 12세로 정하고 있습니다(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 제67조 참조). 견진성사로써는 세례로 새로 태어난 사람이 형언할 수 없는 선물로서 성령을 받게 되고, 이로써 특별한 능력을 받고 견진성사의 인호를 받아 더욱 완전히 교회와 결합하며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으로서 말과 행동으로 신앙을 전파하며 옹호할, 좀 더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됩니다. 견진은 성령의 성사로서 새로운 성령 강림입니다. 하느님의 생명을 사게 하는 성령을 세례성사를 통해서 받기는 하지만 견진성사에서 더 충만히 받습니다. 견진성사로 성령 특은의 날인을 받아 더욱 완전히 주님을 닮으며 성령을 충만히 받게 되어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증인 역할을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완성하는 일에 참여합니다. 견진성사는 신앙의 여정에서 단지 어른이 되는 것을 의미하거나, 대부·대모가 되기 위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 받는 성사가 아닙니다. 견진성사는 세례 때의 신앙을 다시 한 번 고백하고, 성령께서 자신의 삶을 이끄시며 은총을 베풀어 주심을 확인하는 성사인 것입니다. 견진성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수와 도유입니다. 주교는 신자들에게 안수하여 세례의 은총을 완성시키는 성령의 선물을 베풀며(가톨릭교회교리서 1288항 참조), 성령의 부여를 더 잘 드러내기 위해 향유(축성 성유)를 이마에 발라 줍니다. 실제로 이 도유는 ‘기름부음 받은 사람’을 의미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밝혀 줍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289항 참조). 견진을 받을 이에게도 대부나 대모가 있어야 하는데, 가급적 세례 때의 대부나 대모가 임무를 맡은 이가 견진의 대부나 대모로 정해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대부나 대모를 따로 선택할 자유를 속박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견진성사의 수여자는 교구장 주교님이시고, 교구장님께 위임받은 사제도 견진성사를 수여할 수 있기에, 견진성사의 수여자에 의하여 성사 수여의 은총에 아무런 차이가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2019년 6월 23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인천주보 4면, 박희중 안드레아 신부(가톨릭대학교 교회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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