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미사참례 때 단정한 옷차림은 왜?
하느님 백성으로 전례 참여… 합당한 준비 갖춰야 “주님을 만나러 오는 날입니다. 단정한 옷차림을 하며 운동복이나 슬리퍼 착용은 삼갑니다.”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주임 조학문 신부, 이하 명동대성당)이 공지하고 있는 ‘미사참례 자세’의 일부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명동대성당에서뿐만 아니라 많은 본당이 주보나 공지사항 등을 통해 미사 때 복장에 대한 당부를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미사참례에 옷차림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가’, ‘외모보다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더위에 복장이 흐트러지는 여름을 맞아 성전에서의 ‘단정한 옷차림’은 어떤 배경에서 요청되는 것인지 알아본다. 거룩한 차림을 하고 전례 참례 시 바른 옷차림을 권하는 것은 비단 한국교회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일까. 이는 우리나라가 보수적이어서가 아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수많은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꼽히는 성베드로대성당의 경우, 안내원이 성당 입구에서 소매가 없는 민소매 차림의 여성이나 반바지를 입은 남성들의 입장을 막는다. 항의하는 이들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대성당”(Cathedral)이라는 짤막한 답이다. 그 이유 자체만으로도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제지당한 이들은 스카프 등으로 어깨를 가리거나, 넓은 천을 바지 위에 치마처럼 두른 채 성당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대성당 입구에는 복장 규정 안내판이 설치돼 있는데, 이는 유럽 대부분 대성당에서 요구하는 사항이다. 일부 대성당에서는 노출 부분을 가릴 수 있는 숄을 나눠주기도 한다. 그만큼 ‘하느님 집’인 성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강조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성경에서는 역대기 상권 16장 29절에서 “제물을 들고 그분 앞으로 나아가라. 거룩한 차림을 하고 주님께 경배하여라”라고 옷차림을 언급한다. 최민순 역 시편 95편 9장에서도 “거룩한 옷차림하고 주께 조배 드리라”는 내용을 찾을 수 있다. 성전에 대한 태도는 조심스러움, 경외함으로 드러난다. 레위기 26장 2절은 “너희는 나의 안식일을 지키고, 나의 성소를 경외해야 한다. 나는 주님이다”고 일러준다. 미사 전례를 위한 자세 사목자들은 “전례에 합당한 복장이 필요한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전례에 참여하는 자신들이 누구인지 의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미사(Missa)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제사의 재현이며 성체성사를 이루는 가톨릭교회의 제사다. 가톨릭의 가장 성대하고 엄숙하며 거룩하고 존엄한 고유 의식이다. 과거에는 ‘미사를 본다’라는 말이 통용될 만큼 사제 중심으로 전례가 거행됐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신자들이 전례 거행에 의식적이고 능동적이고 완전하게 참여하기를 바랐다. 이는 선택된 민족, 왕의 사제, 거룩한 겨레, 하느님의 소유가 된 백성인 그리스도인은 세례의 힘으로 그 참여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지기 때문(전례헌장 14항)이다. 송인찬 신부(대전교구 세종성프란치스코본당 주임)는 “신자들은 전례에 요구되는 모든 기관, 즉 정신, 마음, 영혼, 신체 등 인격체 전체를 통해 전례에 참여해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전례 때 복장은 당연히 자신들이 전례를 거행하고 있다는 의식 아래 그에 합당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사의 핵심인 영성체를 준비하는 면에서도 그에 맞갖은 몸가짐이 요청된다. 「한국가톨릭대사전」에 따르면 영성체(領聖體)는 ‘주님께서 최후 만찬에서 하셨던 행위를 반복하며 그분이 명령하신 것을 실천하는 행위’다. 더 나아가 ‘새롭고 결정적인 계약의 제사인 성찬례 의미를 충만하게 드러내는 행위’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1387항은 영성체 전 준비사항에 복장 문제를 밝히고 존경과 정중함, 기쁨이 드러나야 한다고 밝힌다. “이 성사를 받기 위한 적절한 준비로 신자들은 자신들의 교회가 정한 공복재를 지켜야 한다. 몸가짐(행동, 복장)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손님이 되시는 그 순간에 걸맞은 존경과 정중함과 기쁨을 나타내야 한다.” -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의 복장규정 안내판. “미사참례 복장, 이것만큼은 피해주세요”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공지하고 있는 복장 규정은 미사참례 시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피해야 할 복장은 여성이라면 소매가 없는 민소매 옷과 깊이 파인 옷, 남성 역시 민소매나 무릎 위까지 오는 반바지다. 속이 훤하게 비치는 반투명 의상, 집에서 입는 것인지 외출용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편한 느낌의 운동복 바지, 소위 ‘딸딸이’라고 하는 슬리퍼, 레깅스도 해당된다. 윤종식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전례학과 교수)는 “유행하는 옷이라 해도, 남의 시선을 끌거나 전례 참여에 부적절하게 여겨지는 복장으로 전례 집중을 방해하는 옷은 자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펑키 문화로 요즘 유행하는 찢어진 청바지 같은 경우, 오래된 빈티지 느낌을 내는 정도가 아니라 과도하게 찢어져 살이 많이 드러난다면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신부는 “중요한 것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것에 관한 생각에 앞서서 하느님 자녀로서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무엇이 첫째인지 자각하는 것”이라며 “하느님의 집인 성전에 올 때 하느님 백성으로, 또 교회 공동체 일원으로 전례에 참석하고 하느님 앞에 나아간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가톨릭신문, 2019년 7월 28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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