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33. 청년 주거 빈곤을 마주하는 교회와 사회(「간추린 사회교리」 449항)
청년 빈곤 해결 없이는 교회의 미래도 없어 베드로: 신부님, 저 다음 주에 수원으로 이사 가요. 이 신부: 아니, 갑자기 이사를 가니? 베드로: 지금 사는 집 계약기간이 끝났는데,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요. 그런데 서울에는 싼 집이 없어요. 그래서 멀지만 수원 쪽에 싼 방을 얻었어요. 걱정되는 건 성당이 너무 멀어져서 오기가 힘들 것 같아요. 지금 전례단 단원들도 별로 없는데 걱정이에요. 빈곤, 그 비참한 괴로움 독일의 시인 빌헬름 뮐러는 이야기했습니다. “대문으로 가난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면, 사랑은 창 밖으로 도망가 버린다.” 가난을 겪어 보셨습니까? 마하트마 간디는 “가난은 가장 큰 폭력”이라고 했으며, 스웨덴 속담은 “악마는 부자가 사는 집에도 찾아가지만, 가난한 사람이 사는 집에는 두 번 찾아간다”라고 전합니다. 빈곤의 다른 말인 가난은 어느 세대에나 나타나고 어느 세대에게도 괴롭습니다. 그 중에서도 청년 빈곤은 중대한 심각성을 갖습니다. ‘지옥고’, 지하, 옥탑방, 고시원 최저주거 공간에 거주하는 청년 37% 지난해 한국에 부동산 광풍이 불었습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수십억 원짜리 아파트가 쏟아지고 부동산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도 있었지만 쪽방, 고시촌, 옥탑방, 지하 등에서 고통받는 사람은 여전히 많습니다. 재개발이 진행되면 가난한 사람은 밀려납니다. 그런데 주거문제로 고통받는 청년이 더 증가했습니다. 당연한 현상입니다. 경제적 자립이 약한 청년들은 목돈을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높은 주거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우며 비싼 등록금, 악화된 고용환경, 청년 실업은 청년들에게 불평등과 기회박탈을 야기합니다. 돈을 많이 벌면 되지 않느나구요? 한국은 노동시장 분절구조가 심해서 청년 10명 중 7~8명은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등 소득이 열악한 직장에 들어갑니다. 당연히 살인적인 주거비용과 생활비를 감당 못합니다. 가장 저렴하다는 서울 신림동 2~3평짜리 지하 월세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정도입니다. 발도 제대로 못 뻗는 어두운 지하 방에서 추위와 더위에 시달려야 합니다. 소득의 3분의 1가량을 주거비용으로 내고 나서 식사를 못하는 청년들도 많습니다. 청년이 우는 사회, 과연 미래가 있는가? ‘젊어 고생 사서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성장과 팽창을 거듭하던 1970~80년대와 다르게 지금은 불평등과 소외감이 심화되고 기회마저 없는 현실이 큰 문제입니다. 이는 사회적 건강함과 신뢰를 해치고 통합과 발전을 저해합니다. 유럽의 경우 지역사회와 연계해 청년들에게 주거 혜택을 제공합니다. 한국도 공공임대주택이나 청년주택 공급을 시행하지만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며 실효성과 공공성이 없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대학과 지자체가 기숙사, 청년주택 공급을 시행하려 하는데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지역도 있습니다. 주거와 고용이 불안정해서 혼인율이 떨어지고 청년들은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습니다. 교회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습니까? 또한 우리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대하고 있습니까? 물론 쉽지 않습니다. 청년 빈곤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현안이며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관들이 협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청년 빈곤이 해결되지 못하면 교회 역시 미래가 없습니다. “빈곤은 교회가 희망하며 추구하는 완전한 인도주의의 실현, 곧 개인과 민족들이 더욱 인간다워지고 더욱 인간적인 조건에서 살 수 있게 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449항) [가톨릭신문, 2019년 8월 18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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