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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생활 속의 교회법57: 사랑이 무엇인가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10-09 조회수2,692 추천수0

생활 속의 교회법 (57) 사랑이 무엇인가요?

 

 

혼인교육을 받는 예비부부에게 언제나 ‘사랑이 무엇입니까?’ 하고 물어 봅니다. 그러면 모두 답을 하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봅니다. 그래서 교육에 참석한 예비 신랑신부 모두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따로따로 물으면, 사랑은 ‘늘 보고 싶은 마음’ 혹은 ‘서로 상대방 편이 되어주는 것’ 혹은 ‘늘 함께하고 싶은 마음’ 등등의 대답을 머뭇거리며 합니다. 대부분의 예비부부들은 사랑을 어떤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또한 사랑에 대해 서로 다른 정의를 내립니다. 말하자면 서로 사랑한다고 수없이 말해왔지만 정작 그 ‘사랑’이 무엇인지 본인 스스로 분명하게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고, ‘사랑’에 대한 자신들의 막연한 생각에 대해서 서로 확인하는 과정도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사랑한다면서 어떻게 이럴 수 있어?’라며 ‘사랑한다는 말에 속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많은 예비부부들은 사랑을 어떤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이라는 것은 쉽게 변하는 것인데 어떻게 자신도 종잡을 수 없는 ‘사랑의 감정’에 기대어 혼인이라는 평생의 약속을 할 수 있을까요? 사랑을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데도 꼴 보기 싫은 마음’이 찾아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흔히 혼인을 사랑의 약속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약속은 감정에 기대어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는 혼인을 이루는 혼인 당사자 간의 약속을 ‘혼인합의’라고 합니다. 쌍방이 혼인에 대해 서로 합의를 교환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두 사람이 ‘혼인계약’을 맺는 분명한 법률적 행위이며, 두 사람이 혼인계약을 하느님 앞에서 발하게 됨으로써 또한 ‘혼인서약’이 됩니다.

 

교회혼인을 이루는 혼인합의는 ‘보고 싶고’, ‘늘 같이 있고 싶고’, ‘항상 네 편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당신을 내 아내 혹은 남편으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할 때나, 아플 때나 일생 신의를 지키며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할 것’을 어떠한 강박도 없는 온전한 자유 의지로 상대방 앞에서 약속하는 것이며 또한 동시에 하느님 앞에서 서약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혼인의 혼인합의는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이 아니라 변할 수 없는 양 당사자의 ‘온전히 자유로운 의지의 결단’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며, 교회혼인을 이루는 사랑은 ‘사랑하는 감정’이 아니라 ‘평생 사랑하겠다는 의지의 결단’인 것입니다.

 

「봄날은 간다」는 영화에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유명한 대사가 있습니다. 사랑을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마음은 당연히 변하는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 쉽게 배우자를 배신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을 ‘온전한 자유의지의 약속’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랑의 약속은 변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특별히 하느님 앞에서 한 약속에 충실하려 노력할 것입니다.

 

부동산 계약을 맺거나 자동차를 구매하거나 혹은 TV를 사는 계약에 있어서도 계약의 조건을 서로 이해했고 그 조건에 따라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로 맺은 계약에 대해서는 계약(합의) 자체에 문제가 없는 한 무효로 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아주 사소한 수건이나 칫솔을 구매할 때에도 ‘충동구매’ 이후에 ‘단순변심’에 의해 반품하지 못하거늘, 자신의 삶을 결정짓는 너무나 중요한 혼인합의를 함에 있어서 ‘충동적’이고, 이후에 ‘단순변심’이라 ‘성격차이’를 이유로 반품하려는 태도는 매우 슬픈 일입니다.

 

또한 가끔 교회혼인 예식에 참여하면서, 도대체 어디에서 혼인교육을 받았는지, 자신의 삶을 새롭게 규정하는 일생에서 발하게 되는 가장 무겁고 중요한 서약문이며, 더구나 하느님 대전에서 발하는 거룩한 혼인합의문을 떠듬떠듬 건성으로 읽고 있는 신랑 신부들을 만나게 되면, 말할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에 신혼부부를 위해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게 됩니다.

 

[2019년 10월 6일 연중 제27주일(군인 주일) 제주주보 3면, 사법 대리 황태종(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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