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신앙 레시피] 사도직 소명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자직, 왕직에 참여하는 것 한국 천주교회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평신도에 의해 자발적으로 세워진 교회’입니다. “모진 박해의 위협이 있었음에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교회의 친교 안에서 대대로 보존해 온 평신도들의 신앙을 물려받았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의 평신도 사도직 단체와 만남 연설, 2014. 8.16) 평신도는 성직자와 수도자와 더불어 하나의 하느님 백성을 이룹니다. 하지만 평신도는 그들과는 달리 온갖 세상의 직무와 일 가운데에서, 그리고 가정과 사회 상황 속에서 살아가며 하느님을 증언하는 그리스도인을 말합니다. “여기에서는 성품의 구성원과 교회가 인정한 수도 신분의 구성원이 아닌 모든 그리스도인이 평신도라는 이름으로 이해된다. 곧 세례로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 하느님 백성으로 구성되고,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자직과 왕직에 자기 나름대로 참여하는 자들이 되어, 그리스도교 백성 전체의 사명 가운데에서 자기 몫을 교회와 세상 안에서 실천하는 그리스도인들을 말한다.”(교회헌장 31항) 평신도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자직과 왕직에 자기 나름대로 참여하는 것을 ‘사도직 소명’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자신을 봉헌하심으로써 구원의 길을 열어주신 것처럼 평신도는 자기 자신과 일상생활을 봉헌함으로써 이 세상을 하느님께 봉헌합니다. 일과 가정생활, 일상의 노동과 휴식 등은 물론 삶의 기쁨과 괴로움까지도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으시는 영적인 제물이 됩니다. 이 제물을 주일 미사에서 하느님께 봉헌하고 이 세상을 하느님께 바침으로써 평신도의 현세에서의 삶은 그 자체로 하느님께 바치는 영적 예물이자 제사가 됩니다. 이것이 평신도의 사제직 소명입니다. 그리고 말과 행동으로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며, 주저하지 않고 용기 있게 죄악을 밝히고 고발할 수 있는 역량과 책임을 다하는 것, 평신도의 예언자적 소명입니다. 마지막으로 평신도의 왕직 소명은 역사 안에서, 현세를 살아가면서 하느님 나라를 확장해 나가는 일로써 이루어집니다. 이 일에는 죄의 유혹에 빠지려는 자기 자신과의 영적 투쟁에서 이기는 것에서부터 이웃을 내 몸같이 아끼고 사랑하며 섬기는 것, 즉 봉사까지 모두 포함합니다. 그래서 왕직을 봉사직이라고도 부릅니다(가톨릭 교회교리서 897-913항 참조). “모든 평신도는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에게 세상 어디에서나 더더욱 널리 가 닿도록 노력하여야 할 빛나는 짐을 지고 있습니다.”(교회헌장 33항) [2019년 11월 10일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서울주보 4면, 고준석 토마스데아퀴노 신부(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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