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교회법 (60) 세례 받은 후에 신앙생활을 쉬다가 배우자를 만나서 사회혼만 하고 살았습니다. 이제 다시 성당에 나가려니까 교회에서 혼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혼인조당이라 성체를 못 모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우선 조당(阻擋)이란 말은 ‘나아가거나 다가오는 것이 막혀서 가려지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요. ‘혼인조당’이라고 하면 혼인이 문제가 되어 성사의 은총을 누리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교회법에서는 일반적으로 ‘혼인장애’라는 표현을 씁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신랑과 신부 모두 신자가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사회혼을 하는 것이 합법적이고 유효한 혼인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랑과 신부 중에 한 사람이라도 신자라면 교회에서 혼인을 해야만 합법적이고 유효한 혼인으로 인정됩니다. 흔히 어린 나이에 세례를 받은 후에 오랜 기간 냉담을 하는 중에 교회에서 혼인하지 않고 사회혼만 치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세례 후에 신앙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자는 교회에서 혼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사회혼만 하여 교회법적 혼인 형식을 갖추지 않아서 무효인 혼인을 한 후에 부부생활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신자이면서도 교회혼을 하지 않고 사회혼만 한 채로 부부생활을 하게 되면 교회법 상에는 유효한 혼인을 맺지도 않고 두 사람이 동거하고 있는 상태에 있기 때문에 미사에 참례는 할 수 있지만 성체를 모시지는 못하는 혼인장애에 처하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의 해결 방법은 간단합니다. 부부가 ‘세례증명서(신자)와 혼인관계증명서(상세)를 마련하여 증인 두 사람과 함께 본당 신부님 앞에서 혼인문서를 작성하고 교회법적 형식에 따라 혼인합의를 하면 혼인장애가 풀립니다.’ 이러한 방식을 무효인 혼인의 ‘단순 유효화’라고 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비신자인 배우자 쪽에서 신자인 배우자가 성당에 다니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을 말리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이미 정식으로 사회혼을 하였는데 내가 왜 성당에 나가서 사제 앞에서 혼인합의를 다시 해야 하냐며 교회혼의 혼인문서를 작성하고 혼인합의를 하는 것에 대해 ‘완강히 지속적으로 거부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신자인 당사자가 세례증명서와 혼인관계증명서(상세)를 준비하여 본당 사제에게 가서 ‘혼인의 근본 유효화를 위한 청원자의 진술서(혼인양식 특6호)’를 작성하고, 본당 주임 사제가 청원자의 진술을 토대로 근본 유효화가 필요한 사정을 확인하고 당사자들이 교회에 나와서 혼인합의를 할 수 없는 사정이 담겨있는 ‘혼인의 근본 유효화를 위한 사제의 건의서(혼인양식 특7호)’를 작성하여 교구 법원에 제출하면, 이를 법원장(교구장 사법대리)이 검토하고 직접 청원자를 면담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전화통화를 통해 단순 유효화혼을 하지 못하는 불가피한 상황인지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교구장 주교님께 서류를 제출하면 교구장 주교님께서 내용을 확인하신 후에 은전을 베풀어 신자가 행한 무효한 사회혼을 유효화시킴으로써 혼인장애가 풀립니다. 이러한 방식을 무효한 혼인의 ‘근본 유효화’라 합니다. 이처럼 신자임에도 교회에서 혼인하지 못하여 혼인장애에 처한 신자들을 위해 혼인의 유효화의 문이 열려 있고 또한 그 방법과 절차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혹시 이로 인하여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즉시 본당 신부님께 혼인의 유효화를 청원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신랑 신부가 모두 신자가 아닌 때에 서로 사회혼을 맺고 이후 한 편이든 양편이든 입교하여 세례를 받았다면 비신자 사이에 맺은 사회혼을 교회가 유효하고 합법적인 혼인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신앙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혼인의 유효화는 세례를 받은 후에 교회혼을 하지 않고 사회혼을 한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2019년 11월 10일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제주주보 3면, 사법 대리 황태종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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