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처음입니다만] (35) 미사 때 왜 향을 치나요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드리는 기도와 찬미 - 전례 때 향을 피우는 것은 ‘하느님을 찬미하는 행위’다. 향의 연기가 위로 피어오르듯 우리의 기도와 찬양이 하느님 앞에 올라가도록 바라는 마음에서 향을 피운다. 나처음: 친구 따라 난생처음 수도원에 다녀왔어요. 수도자들과 함께 주일 미사를 하는데 향을 왜 그리 많이 치는지 목이 따가워 기침이 나오는 걸 겨우 참았어요. 미사 때 왜 향을 치는 거예요. 조언해: 난 오랜만에 맡는 향내라서 좋기만 했는데. 하긴 향 복사 수사님이 향을 칠 때마다 많은 신자가 콜록콜록 기침했지. 미사가 장엄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 정도는 참는 게 예의가 아닐까요. 유별난 거 같아요. 라파엘 신부: 둘이서 친구들과 수도원 전례에 참여하고 왔구나. 본당에서는 대축일 미사 때나 분향을 하지만 수도원에서는 미사뿐 아니라 아침ㆍ저녁 기도 때에도 향을 드리지. 오늘은 전례 때 왜 분향을 하는지 알려주마. 전례 때 향을 피우는 것은 ‘하느님을 찬미하는 행위’란다. 그래서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유향처럼 향기를 내뿜고 백합처럼 꽃을 피워라. 소리 내어 함께 주님을 찬미하고 그분의 온갖 업적을 찬양하여라”(집회 39,14) 하고 노래하였지. 향의 연기가 위로 피어오르듯 우리의 기도와 찬양이 하느님 앞에 올라가도록 바라는 마음에서 향을 피우는 거란다. 전례 때 향을 피우는 것은 이미 구약 시대 때부터 행해지던 예절이야. 구약 시대에는 하느님의 궤를 모신 지성소 앞에 아카시아 나무에 순금을 입힌 별도의 제단을 만들어 향을 태웠단다.(탈출 30,7-8; 민수 4,11 참조) 하느님의 명에 따라 사제들은 이 제단에서 매일 아침과 저녁에 향기로운 향을 피우면서 “저희의 기도 당신 면전의 분향으로 여기시고 저의 손 들어 올리니 저녁 제물로 여겨 주소서”(시편 141,2)라고 염원했단다.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와 찬미를 드러내는 분향의 의미는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더욱 풍성해졌어요. 교회는 주님의 십자가상 희생과 죽음을 통해 분향의 의미를 하느님과 이웃을 향해 자신을 태워버리는 사랑의 행위로 이해하고 4세기 때부터 전례 안에 받아들였단다. 향을 뜻하는 라틴말 ‘incensum’(인첸숨)이 ‘태우다’‘태워지는 것’을 뜻하는 ‘incendere’(인첸데레)에서 유래된 말임을 살펴볼 때 그 의미를 확연히 알 수 있지. 이렇게 교회 전례 안에 받아들여진 분향 예절은 하느님과 깊은 관련이 있는 성체, 제대, 제물, 사제, 하느님의 성전인 신자들에게도 향을 피우는 예식으로 발전하게 된단다. 미사 중에 분향하는 경우는 입당할 때와 입당 후 제대에, 복음을 읽기 전 복음서에, 예물 봉헌 준비를 한 후 제대와 주례자와 공동 집전자 그리고 신자들에게, 사제가 성변화된 성체와 성혈을 들어 신자들에게 보여줄 때, 또 퇴장할 때란다. 미사 봉헌을 위해 입당한 주례 사제는 제대에 절을 하거나 입맞춤을 한 후 제대를 돌면서 십자가와 제대에 분향한단다. 제대를 정화하고 축성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지. 또 이 분향으로 사제와 신자들의 제대 인사가 더욱 성대해지는 것이지. 제대 위에 예물로 봉헌된 빵과 포도주에 향을 드리는 것은 분향 연기처럼 하느님께 올라가는 기도를 표현하는 거야. 또 미사 중에 신자들에게 분향하는 것은 그들이 하느님의 자녀임을 상기시켜주는 표시란다. 아울러 장례 예식 때 세례받은 망자에게 분향하는 것은 그가 ‘성령의 궁전’으로 봉헌되었던 것에 대한 공경을 표하는 거란다.(1코린 6,19 참조) 미사 외에도 전례 안에서 분향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수도원에서 아침 기도를 바칠 때 마지막 부분 ‘즈카르야 노래’를 부르는 동안, 그리고 저녁 기도를 바칠 때 ‘마리아의 노래’를 기도할 동안 향을 드린단다. 또 성체 강복 때 성체를 향해 분향하고, 성전 봉헌식 때 제대에 축성 성유를 바르기 전에 분향해요. 사제와 향 봉사자가 보통 향을 드릴 때는 3번씩 3번 향을 친단다. 하지만 주례 사제가 봉헌 예물을 축성할 때는 십자가 모양과 반시계방향,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향을 드리기도 해. 이때 사제는 “이 향이 주님 당신께 찬양으로 오르게 하시어 우리 위에 당신의 자비를 내려 주소서”라고 속으로 기도해요.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1월 17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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