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49. 하늘 나라 열쇠(「가톨릭 교회 교리서」 551~553항) 베드로는 선물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었기에 천국의 열쇠를 받았다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의 일입니다. 5월 12일, 지진 피해를 입은 중국의 웬추안이란 곳에서 구조작업을 하던 군인과 구조대원들은 폐허 틈 사이에서 무서우리만치 괴이한 형태를 발견합니다. 그것은 이미 숨을 거둬 몸이 굳어버린 한 여인이었습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손을 바닥에 대고 자신 위로 무너져 내린 수십 톤에 달하는 건물 잔해를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온몸으로 수십 톤의 무게를 버티다 척추가 부러져 사망한 것입니다. 그녀 밑에는 담요에 쌓인 채 잠들어있는 아기가 있었고, 이렇게 메시지가 띄워진 휴대전화도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보배야, 만약 네가 살게 된다면 이것만은 기억해주길.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아기는 엄마의 희생 덕분으로 생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앞으로 아기가 성장하며 엄마를 만나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아기는 누구보다 잘 성장할 것입니다. 어머니의 희생을 먹겠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희생을 먹지 않고 온전히 성장할 수 있는 자녀는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장 아기가 어머니의 희생을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어머니와 아이 사이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받아 전해주는 이가 없다면 아기는 나중에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기의 어른으로의 새로 태어남을 위해서는 어머니의 사랑을 이해하고 전해줄 ‘중개자’, 혹은 ‘증거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자녀들에게 당신 사랑을 이해하고 전해줄 중개자를 찾고 계셨습니다. 보석의 가치를 모르는 아이에게 그것을 맡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결국 부모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는 자녀밖에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새로 태어난 자녀들만이 그 사랑의 가치를 이해하고 전해줄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첫 자녀들은 사도들이었고 그들이 곧 교회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이 누구냐고 물으실 때 그분을 온전히 알아볼 수 있는 눈을 지닌 유일한 인물이 베드로였습니다. 베드로는 그리스도의 첫 자녀요 결국 교회를 상징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예수님을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했지만(마태 16,14 참조) 베드로만이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마태 16,16)라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만 당신 보물을 맡기실 수 있었던 것이고 베드로 위에 교회를 세우신 것입니다.(마태 16,18) 베드로 위에 교회를 세우시며 맡기신 당신의 유산이 ‘하늘 나라의 열쇠’입니다.(마태 16,19 참조) 어머니의 희생이 담긴 휴대전화를 전해 받지 못하고 그 증언을 듣지 못하면 아기는 온전한 어른이 될 수 없습니다. 버려진 존재처럼 낮은 자존감으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중개자를 믿어 어머니의 희생을 받아들이면 아기는 어머니의 희생을 헛되게 할 수 없어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에게 휴대전화를 전해줄 구조대원이 베드로인 것이고 그 휴대전화가 하늘 나라의 열쇠인 것입니다. 베드로 위에 세워진 교회는 ‘성사’(聖事)를 통해 하느님 사랑을 믿는 당신 하느님 자녀들을 탄생시킵니다. 그러니 교회에서 베풀어지는 성사가 곧 하늘 나라의 열쇠입니다. 모든 하느님의 자녀들은 교회에서 ‘성사’를 통해 새로 태어납니다. 새로 태어남 없이는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2베드 1,4)할 수 없고, 그러면 “인간을 신으로 만들기 위하여 인간이 되신”(460항)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에 이르지 못합니다. 하느님의 본성을 가지려면 새로 태어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은 당신 피를 ‘성사’라는 형태로 교회에 맡기시어 사람들이 자신의 옛 본성을 벗고 하느님의 본성을 입고 새로 태어나도록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베드로에게 맡겨진 하늘 나라의 열쇠는 이전의 본성을 죽이는, 곧 죄를 없애는 권한입니다. 하느님께 순종하지 못하게 만드는 옛 본성 때문에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면 그 본성을 없애는 힘이 곧 하늘 나라의 열쇠인 것입니다. 교회는 이 하늘 나라의 열쇠의 힘으로 인간의 자녀들을 하느님의 자녀들로 새로 태어나게 하고 어머니처럼 그들을 돌보고 다스립니다.(553항 참조) 아기가 어머니의 사랑에 의해 참 어른으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그 어머니의 희생을 기억하는 구조대원을 만나야하듯, 우리도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려면 하느님 사랑을 온전히 이해하는 그리스도께서 파견하신 중개자를 만나야합니다. 그 중개자가 베드로 위에 세워진 교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 하느님 나라의 열쇠를 베드로에게만 맡기셨습니다.”(553항) [가톨릭신문, 2019년 12월 15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 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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