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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50: 하느님 나라를 미리 맛봄(554~570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12-22 조회수1,964 추천수0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50. 하느님 나라를 미리 맛봄(「가톨릭 교회 교리서」 554~570항)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서만 믿음이 전파된다

 

 

1800년대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믿음으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주장하여 조선 정부에 의해 참형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입니다.

 

당시 조선 말기는 유학을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득권자들은 유학의 본래 가르침을 따르기보다 벼슬을 팔아 자기 잇속을 챙기며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었습니다. 돈을 주고 벼슬을 산 관리들은 본전을 뽑기 위해 백성들에게 가혹한 세금을 거두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제우의 ‘사람이 곧 하늘’이란 사상은 농민, 천민, 유생에게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돈을 뜯어내야 하는 기득권자들 입장에서는 나라를 망치는 용납할 수 없는 사상이었습니다. 그렇게 최제우는 사람이 곧 하늘이라고 주장했다가 목숨을 잃어야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사상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죽음 이후에 그의 사상을 바탕으로 동학농민운동이 시작되었고 또 그 이후에는 천도교라는 종교로 발전하게 됩니다. 한 믿음을 향한 누군가의 죽음은 그 믿음이 전파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예수님께서도 모든 인간이 하느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셨습니다.(요한 10,34 참조) 이것 때문에 기득권자들에게 죽임을 당하실 수밖에 없으셨습니다.(요한 19,7 참조) 예수님께서는 “예언자는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죽을 수 없다”(루카 13,33)라고 하시며 당당히 죽음을 향해 나아가셨습니다.(557항 참조) 믿음을 목숨과 바꾸신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한다”(사도 14,22)라는 말씀을 확증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죽기까지 우리도 하느님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멈추시지 않자 그를 따르던 제자들도 결국엔 그 믿음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믿음을 지키기 위해 흘리는 ‘피’가 그 믿음이 퍼져나가는 불씨가 되고 씨앗이 됩니다. 그리스도의 피는 ‘성령’입니다. “성령의 힘으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는 것입니다.”(로마 8,15) 그리스도의 피가 우리도 하느님의 자녀라는 새 믿음을 줍니다.

 

성령은 그리스도의 희생으로 세상에 오셨지만 또한 그 교회를 믿음이 퍼져나가도록 순교의 삶으로 이끄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세례 때 성령을 받으신 후 바로 “죽을 각오”(557항)를 하셨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몇몇의 제자들이 예수님을 믿고 따르게 되었습니다. 믿음을 위해 죽으면 성령이 내리고 그 성령께서 또 죽음을 통해 그 믿음이 번져나가게 하시는 것입니다.

 

높은 산 위에서의 거룩한 변모를 보여주실 때, 예수님께서는 죽으시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길이었습니다. 그때 하늘에서 구름이 내려와 예수님을 덮었습니다. 이는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성막을 만들었을 때 하늘에서 구름이 내려온 모습과 같습니다. 여기에서 “구름은 성령의 현존을 가리킵니다.”(555항) 성령의 구름은 지성소의 계약의 궤 위에 제물의 피가 뿌려질 때 내려왔습니다. 성령은 이렇듯 항상 제물의 죽음 위로 내려오십니다. 제단에서 번제물이 바쳐질 때 하늘에서 불이 떨어져 그 제물을 살랐는데 그 불 역시 성령을 가리킬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산에 오른 세 제자들도 예수님의 죽음 위로 내려오시는 구름을 보고 새 믿음을 갖게 됩니다. 이 성령의 내려오심을 통한 믿음의 전파는 십자가에서 완전히 재현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아버지께 제물로 바치시고 아버지께서는 그 대가로 성령을 보내시어 부활하게 하십니다. 그리스도의 부활로 교회가 믿음으로 새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회도 성령으로 믿음을 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복음전파를 위한 제물로 봉헌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입성’은 왕이요 메시아로서 “당신의 죽음과 부활의 파스카를 통해 완성하시려는 하느님 나라의 도래”(560항)를 상징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예수님께서 입성하실 때 ‘겉옷’을 그 밑에 깔았습니다. 당시 겉옷은 자기 자신처럼 소중한 물건이었습니다. 믿음으로 자신을 죽일 줄 아는 이들에게 예수님께서 왕으로 들어오시어 하느님 나라를 완성하시는 것입니다. 자기 봉헌 없이 그리스도를 “영광의 임금님”으로 모실 수 없습니다.(559항 참조) 하느님의 선물은 자기 자신을 제물로 바칠 줄 아는 사람들 위에 내리십니다. 그리고 우리도 “멸시받고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하여 내려가라”(556항)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십자가를 통해서만 믿음이 전파되기 때문입니다.

 

[가톨릭신문, 2019년 12월 25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 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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