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68. 때가 찼을 때의 성령(「가톨릭 교회 교리서」 717~726항) 성령은 그리스도 앞에서 인간의 처지를 깨닫게 하신다 16세기 프랑스 카푸친 수도회에 모든 이들로부터 성인으로 추앙받는 암브로시오란 수사 신부가 있었습니다. 어깨에 손바닥과 같은 특이한 점을 가진 채 수도원 앞에 버려져 아기 때부터 수도원에서만 산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의 엄격함은 같은 수사들에게도 두려움을 주었습니다. 한 번은 어떤 수녀가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수녀의 간청도 뿌리치고 원장 수녀에게 알려 아주 혹독한 벌을 받게 했습니다. 겉으로는 성인처럼 살았지만 실제로는 자비가 없는 바리사이나 율법학자와 다를 바가 없었던 것입니다. 세상을 겪어본 적이 없는 암브로시오 수사는 신자 중 가장 젊고 아름다운 한 여인에게 특별히 끌리게 됩니다. 온통 그녀 생각만으로 가득하고 꿈을 꾸어도 그녀 꿈만 꿉니다. 조금씩 이상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 여인이 자신의 어머니가 마음의 병이 있다며 암브로시오 수사를 집에 불렀습니다. 그 어머니는 첫 아이를 버린 적이 있어서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상담을 해 주던 중, 어머니의 눈을 피해 딸을 탐했고 그때 어머니가 방에 들어왔습니다. 암브로시오 수사는 그 방에 들이닥친 어머니를 살해합니다. 어머니는 수사의 어깨에 있는 점을 보고는 자기가 버렸던 아들임을 알아챕니다. 암브로시오도 자신의 어머니를 찌르고 동생을 겁탈한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성인으로 추앙되던 수사가 자신의 오빠인 것도 모자라 어머니까지 죽인 것에 동생은 실성합니다. 암브로시오 수사는 교회에서 파문된 것은 물론이요, 재판에서 화형을 선고받습니다. 죽기 전에 마귀가 또 찾아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영혼을 넘기라고 말합니다. 암브로시오는 자신은 아무래도 좋으니, 그 조건으로 자신의 여동생 정신을 온전하게 돌려놓아 달라고 청합니다. 암브로시오 수사는 하느님 자비에 의탁하며 그렇게 죽어갑니다. 영화 ‘수도사’(The monk)의 줄거리입니다. 처음 암브로시오는 자신이 성인인 줄 알았으나 사실은 마귀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를 찌르고 진정 성인으로 태어납니다. 자신은 지옥에 가도 상관없다며 동생을 위해 기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암브로시오를 변화시킨 것은 자신이 찌른 어머니의 ‘피’입니다. 성령은 암브로시오 어머니의 피처럼 참으로 어떤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어 그리스도의 사람이 되게 합니다. 성령을 받은 사람은 죄인인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하느님의 자비만을 청합니다. 누구도 심판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오직 하느님의 영광과 이웃의 행복만을 위해 살게 됩니다. 이런 상태가 되어야 참으로 그리스도를 만날 준비가 된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선구자인 요한을 통해 ‘백성이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갖추게”(718) 하셨습니다. 성령은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만 “하느님을 닮은 ‘유사성’을 되돌려”(720) 받을 수 있음을 깨닫게 하십니다. 그렇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719)인 그리스도께로 사람들을 이끄십니다. 성령을 통하지 않으면 누구도 그리스도와의 온전한 친교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성모 마리아는 성령의 도움으로 이런 지혜를 지니셨기에 “상지의 옥좌”(721)로 불리십니다. 마리아는 이러한 준비로서 “전능하신 분의 이루 말할 수 없는 선물”(722)인 그리스도를 당신 태중에 받아들이셨습니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마리아는 “온전한 그리스도의 어머니”(726)가 되십니다. 성령은 이렇듯 인간을 그리스도와 진정으로 하나가 되게 합니다. 그리스도는 성령을 통하여 엘리사벳과 그의 태중의 요한을 준비시키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엘리사벳 태중의 요한이 성령으로 가득 차게 하셔서 당신과의 친교를 이루게 하신 것입니다.(717 참조) 교리서는 성령께서 “인간들에게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게 하신다”(725)라고 말합니다. 성령은 인간을 그리스도와 이어주는 중개자이십니다. 지금도 교회를 통해 우리에게 오시는 성령은 우리의 처지를 깨닫게 하시고 그리스도가 아니면 구원에 이를 수 없음을 알게 하십니다.(724 참조) 암브로시오 수사는 어머니를 찌르고 나서 그리스도 앞에서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누구도 성령의 힘으로 참된 회개에 이르러 누구도 심판할 수 없는 처지가 되기 전까지는 그리스도와의 온전한 친교에 이를 수 없습니다. 성령은 내가 찌른 그리스도에게서 오시어 나를 진정으로 그리스도에게 합당한 사람으로 새로 태어나게 하십니다. [가톨릭신문, 2020년 5월 3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 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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