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세 위격 지닌 한 분, 존재 자체이신 하느님 - 러시아 이콘 화가 안드레이 루블료프(1360~1430)가 1410년경에 그린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이 성화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 세 사람의 모습으로 아브라함에게 나타나신 장면(창세 18,1-15)을 묘사한 것으로 제일 왼편부터 성부, 성자, 성령을 나타낸다. 가톨릭교회는 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 주일을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로 지낸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근거한다. 가톨릭 신앙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성사를 받고,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믿음으로 고백한다. 따라서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는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삶의 핵심이며, 신앙의 근원이다.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아 가톨릭교회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어떻게 고백하고 있는지를 소개한다. 글은 「가톨릭교회 교리서」와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준양(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신부의 「삼위일체론, 그 사랑의 신비에 관하여」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가톨릭교회 신자들은 매일 수차례 십자성호를 그으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하는 성호경으로 기도하고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고백한다. 삼위일체(三位一體, Trinitas)는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께서 성부(聖父), 성자(聖子), 성령(聖靈)의 세 위격을 지니시면서 동시에 한 분이시라는 신비이다.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대해 다음과 같이 명쾌하게 설명한다. “가톨릭 신앙은 이러하다. 한 분이신 하느님을 삼위로, 삼위를 한 분의 하느님으로 흠숭하되 각 위격을 혼동하지 않으며, 그 실체를 분리하지 않는 것이다. 성부의 위격이 다르고, 성자의 위격이 다르고, 성령의 위격이 다르다. 그러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천주성은 하나이고, 그 영광은 동일하고, 그 위엄은 다 같이 영원하다.”(제266항) 그러면서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지극히 거룩한 삼위일체의 신비는 바로 그리스도인의 믿음과 삶의 핵심적인 신비이다. 이는 하느님 자신의 내적 신비이므로, 다른 모든 신앙의 신비의 원천이며, 다른 신비를 비추는 빛이다. 이는 ‘신앙 진리들의 서열’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교리이다”(제234항)고 설명하고 있다. - 미국 워싱턴 트리니티 돔에 있는 삼위일체를 묘사한 모자이크 타일. [CNS] 주님이 계시하신 삼위일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은 존재 자체가 신비이므로, 인간은 계시를 통해서만 하느님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존재는 참하느님이시며 참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직접 알려주셨다.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후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고 말씀하셨다. 또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요한 10,30),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 그분은 진리의 영이시다”(요한 14,15-16)라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관계를 증언하셨다. 이에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께서는 이미 그리스도께 희망을 둔 우리가 당신의 영광을 찬양하는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여러분도 그리스도 안에서 진리의 말씀, 곧 여러분을 위한 구원의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 안에서 믿게 되었을 때, 약속된 성령의 인장을 받았습니다”(에페 1,11-13)라며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존재를 명시적으로 고백했다. 그러면서 바오로 사도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빕니다”(2코린 13,13)라며 교우들을 축복했다. 신앙이 고백하는 삼위일체 하느님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하느님의 삼위는 신성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 각 위격이 저마다 완전한 하느님이시다. 성부께서는 성자의 본성을 지닌 바로 그분이시며, 성자께서는 성부의 본성을 지닌 바로 그분이시고, 성부와 성자께서는 성령의 본성을 지닌 바로 그분이시다. 곧 본성으로 한 하느님이시다”(제253항)라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하느님의 세 위격은 서로 실제적으로 구별된다. 하느님께서는 한 분이시지만 홀로는 아니시다.…성부, 성자, 성령은 단순히 하느님의 존재 양상을 가리키는 이름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성부께서는 낳으시는 분이시고, 성자께서는 나시는 분이시며, 성령께서는 발하시는 분이시다”(제254항)라고 밝힌다. 모든 구원 역사는 성부로부터 유래하고, 성자에 의해 실현되며, 성령에 의해 충만히 성취된다. 그래서 교회는 “한 분이신 하느님을 저는 믿나이다. 전능하신 아버지, 하늘과 땅과 유형무형한 만물의 창조주를 믿나이다. 또한, 한 분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외아들 영원으로부터 성부에게서 나신 분을 믿나이다.…또한,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믿나이다…”(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참조)라고 고백한다. 그런데 동방 교회에서는 성령께서 ‘성부와 성자로부터’가 아니라 ‘성부로부터 성자를 통하여’ 발하시는 분이라고 해석해 서방 교회와의 분열을 가져왔다. 삼위일체는 사랑의 신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는 높고 낮음의 우열적 등급이 아니라 사랑의 관계이다. 하느님의 본성인 사랑 안에서 성자의 출생과 성령의 발하심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신학자들은 이를 ‘하느님의 단일성’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단일성으로, 성부는 온전히 성자 안에 계시고 또 온전히 성령 안에 계시며, 성자는 온전히 성부 안에 계시고 또 온전히 성령 안에 계시며, 성령은 온전히 성부 안에 계시고 또 온전히 성자 안에 계신다.”(「가톨릭교회 교리서」 제255항) 삼위일체 신비는 하느님의 신비일 뿐 아니라 하느님께서 역사 안에서 얼마나 인간을 사랑하셨고 지금도 사랑하시는가를 드러내는 구원 역사의 신비이기도 하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시고 구원하고자 하시는 역사 안에서 바로 하느님의 삼위일체 신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온 우주와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시고 지극히 사랑해 주시며 모든 이를 구원하고자 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이신 성부, 몸소 사람이 되시어 당신 자신을 인간과 세상의 구원을 위한 희생 제물로 봉헌하시는 그리스도 예수이신 성자, 그리고 교회와 세상을 신비로운 섭리와 은총으로 이끌어 가시는 성령, 이 독자적인 세 위격이 바로 구세사를 통하여 우리 인간에게 드러난 것입니다.”(박준양, 「삼위일체론, 그 사랑의 신비에 관하여」 57쪽) 따라서 하느님의 세 위격이 드러나는 구원 역사는 바로 인간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역사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6월 7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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