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 인권 (4) 혐오의 시대 지난 2월 초의 일입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이탈리아에서 동양인 차별이 심해지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로마에서 공부 중인 동창에게 연락을 해봤습니다. 실제로도 그러한지를 물어보았는데, 안타깝게도 동창 신부가 겪은 사고사례와 함께 ‘그렇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코로나19와 함께 드러난 혐오의 민낯 신종 바이러스의 등장과 함께 인류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혐오라는 악령이 그 민낯을 함께 드러냈습니다. 혐오라는 악령은 인류 역사 안에서 지속적으로 함께해왔고, 이를 극복하려는 선한 사람들의 노력 역시 반복되었습니다. 특히 인류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라는 비극을 겪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뒤, 인류는 1948년 세계 인권 선언을 통해 모든 인간은 존엄함을 천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는 인류에게 기생하며 특히 약자와 소수자를 공격해왔습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수면 아래에 있던 혐오의 마음들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인종차별이 일부 이탈리아 사람들 만의 문제일까요? 우리 사회 안에서도 특정 국가와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가 넘쳐났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겪는 어려움과 공포는 마음속에서 분노로 변했고, 이 분노는 혐오가 되어 사방을 찌르는 칼날이 되었습니다. 배척과 혐오의 문화를 넘어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작년 세계 이민의 날 담화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단지 이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교황님께서는 이민 문제를 통해 전 세계로 번지는 혐오의 본질을 꿰뚫어 보셨습니다. 이민의 문제는 우선 타인에 대한 두려움의 문제입니다. 의심과 두려움은 사람을 폐쇄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 폐쇄성이 인종차별로 이어집니다. 이민의 문제는 사랑의 문제입니다. 사랑의 실천으로 혐오를 극복하면 우리들의 믿음도 증명되는 것입니다. 또한, 이민의 문제는 그 누구도 배척하지 않음으로써 해소됩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더 큰 대가를 치르는 사람들은 매번 작은 이들, 가난한 이들, 가장 힘없는 이들입니다. 세상은 이들을 배척하지만,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은 그럴 수 없습니다. 다시, 사랑과 연대로 역사를 통해 인류가 배운 바는, 혐오를 통해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는 것입니다. 혐오는 또 다른 혐오와 폭력을 불러올 뿐입니다. 그러니 신앙인들은 혐오에 맞서 하느님의 마음으로 기도하며 타인을 사랑해야 합니다. 또한, 선한 의지를 가진 모든 사람은 함께 연대해야 합니다. 그래야 혐오의 문화가 극복됩니다. 사랑과 연대가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냅니다. “당신께서는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시며 당신께서 만드신 것을 하나도 혐오하지 않으십니다. 당신께서 지어 내신 것을 싫어하실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생명을 사랑하시는 주님,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기에 당신께서는 모두 소중히 여기십니다.”(지혜 11,24.26) [2020년 6월 14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의정부주보 5면, 김승연 프란치스코 신부(수동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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