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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76: 하느님의 백성(781~786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6-30 조회수2,747 추천수0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76. 하느님의 백성(「가톨릭 교회 교리서」 781~786항)


하느님 법에 통치되면 하느님 백성이 된다

 

 

1985년 11월 14일, 전재용 선장이 이끄는 참치잡이 원양 어선 ‘광명 87호’는 1년 동안의 조업을 마치고 부산항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남중국해를 지날 무렵 SOS를 외치는 조그만 난파선을 발견합니다. 난파선 위에는 사흘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96명의 베트남 난민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정도로 뒤엉켜있었습니다.

 

전 선장이 회사로 전화해 보니 관여하지 말고 그냥 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습니다. 전 선장은 회사의 방침을 어기고 그들을 배에 태웠습니다.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고 하며 선원 25명을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10일을 함께 버티어 부산항에 도착했습니다.

 

베트남 난민들은 수용소에서 1년 반을 머물다 미국 등지로 건너가 자리를 잡습니다. 그 중 피터 누엔이란 사람이 17년간 수소문한 끝에 전 선장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미국으로 초대합니다. 전 선장이 자신들을 구해준 덕분으로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나라에 불려가 조사까지 받고 결국 멍게 양식업을 하며 생계를 꾸려오는 중이었습니다.

 

베트남 난민들이 직접 ‘UN 난센상’에 전재용 선장을 추천하였을 때 선장은 “제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날만 그들의 배를 보고 그냥 지나친 배가 25척이었습니다.

 

사람은 각자의 따르는 법이 있습니다. 전재용 선장은 그들을 그냥 지나치면 마음이 편할 수 없는 법에 지배받고 있었습니다. 그 법을 ‘사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25척의 선장들은 사랑보다는 자신들의 생존을 우선시하는 법에 지배받고 있었습니다. 어떠한 법에 지배받느냐에 따라 어떤 임금의 백성이냐가 결정됩니다.

 

교회를 “하느님의 백성”이라고 합니다. 하느님의 백성은 하느님의 법에 통치됩니다. 하느님의 법은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성령’을 통하여 사람 안에 부어집니다.(로마 5,5 참조) 따라서 “육체적인 출생으로 이 백성의 일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물과 성령으로’, 새로 ‘태어남’(요한 3,3-5)으로써”(782) 하느님 백성의 일원이 됩니다.

 

하느님 법은 하느님 본성입니다. “‘말씀’은 우리를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게’(2베드 1,4) 하시려고 사람이 되셨습니다.”(460) 인간은 하느님의 본성인 사랑의 법에 참여하여 하느님의 신성에도 참여합니다. 그리스도를 통해 오시는 “성령의 ‘새’ 법”(782), 즉 “사랑의 본성”에 지배받아 사랑이 아닌 다른 행동을 할 수 없다면 완전한 하느님 백성의 일원이 됩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루카 10,29-37)에서 사제와 레위인은 강도 만난 사람을 그냥 지나쳐갔습니다. 종교예식이 더 중요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 백성은 사랑의 법 때문에 그런 사람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사랑의 법은 성령으로 우리 마음 안에 부어집니다.(로마 5,5 참조)

 

성령은 성경에서 ‘기름 부음’으로도 상징됩니다.(695항 참조) 성령의 기름 부음을 받은 사람을 ‘그리스도’(기름 부음 받은 자)라 합니다. 구약에서 ‘왕’과 ‘사제’와 ‘예언자’가 기름 부음을 받습니다.(783 참조) 기름 부음 받으면 ‘왕’과(1사무 9,16; 10,1; 1열왕 1,39 참조) ‘사제’와(탈출 29,7; 레위 8,12 참조), ‘예언자’로(1열왕 19,16 참조) 새로 태어납니다. 따라서 하느님 법을 따르는 그리스도는 사제요, 예언자요, 왕인 것입니다.

 

사랑은 이 세 모양으로 표현됩니다. 전재용 선장은 베트남 난민들을 왕처럼 섬겼습니다. 이것이 왕직입니다.(786 참조) 그리고 하느님 사랑의 증인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예언자직입니다.(785 참조) 또한, 하느님을 만나게 해 주었습니다. 이것이 사제직입니다.(784 참조) 난민 중 어떤 아이는 커서 사제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하느님 백성은 성령의 법에 지배받아서 왕이요, 예언자요, 사제로 살 수밖에 없는 이들입니다. 성령의 법으로 새로 태어나면 그리스도처럼 살 수밖에 없어 그리스도와 하나가 됩니다.(795 참조)

 

[가톨릭신문, 2020년 6월 28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 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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