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77. 그리스도의 몸(「가톨릭 교회 교리서」 787~796항)
그리스도께 순종하는 교회, 그분의 몸이 돼 하나가 되다 전에 뇌사상태가 된 아내를 8년간 극진히 간호하여 깨어나게 만든 중국의 장위화씨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8년 만에 뇌사상태에서 돌아와 아기를 가졌을 때 의사들은 하나같이 아이를 낳으면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충고했습니다. 그러나 장씨의 아내는 뇌사상태였던 자신을 남편이 살려줬으니 자신도 남편이 원하는 아기를 낳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남편의 뜻에 목숨을 걸고라도 순종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다행히 산모는 무사히 건강한 딸을 출산하였습니다. 부부가 하나가 되려면 분명 서로가 상대에게 해 주어야 하는 쌍방의 의무가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 남편은 아내와 자녀를 위해 돈을 벌어오고, 아내는 그런 남편의 뜻에 보답하기 위해 자녀를 낳고 양육합니다. 자녀를 낳아 키우는 것이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남자가 가장이 되는 것이 못마땅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정에 머리가 둘일 수는 없습니다. 머리가 둘이면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가 머리면 하나는 몸이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 아버지와 예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아버지께서 더 높은 분이실까요? 아버지와 아드님은 ‘하나’입니다. 순종은 높고 낮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 됨의 원리’입니다.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고,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입니다.(792 참조) 하와가 아담의 옆구리에서 뽑은 갈비뼈로 만들어졌듯이, 교회는 그리스도의 옆구리에서 나온 ‘피와 물’로 탄생하였습니다.(460 참조) 교회는 새 아담이신 그리스도의 새 하와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남편 여러분,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교회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것처럼, 아내를 사랑하십시오”(에페 5,25)라고 권고합니다. 그리스도는 교회의 신랑으로서 교회를 위해 당신 살과 피를 내어놓으십니다. 그렇다면 아내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내는 주님께 순종하듯이 남편에게 순종해야 합니다.”(에페 5,22) 그 이유는 “남편은 아내의 머리”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에페 5,23)이신 것과 같습니다. 이렇듯 머리와 몸은 하나입니다. 머리만 둘일 수 없고 몸만 둘일 수도 없습니다. 누군가는 머리의 역할을 해야 하고 누군가는 몸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머리는 몸의 생존을 위해 바쁘게 움직입니다. 머리가 하는 모든 일의 목적은 몸의 생존입니다. 그래야 머리도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몸이 머리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 지나친 과음과 과로, 방탕한 생활로 나아간다면 결국 자신도 죽고 머리도 죽습니다. 머리는 몸을 살리기 위해 일을 하고, 몸은 머리에 순종할 때 둘은 하나가 됩니다. 교회도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살리기 위해 하신 모든 노력에 감사하며 그리스도의 뜻인 이웃사랑의 율법에 순종합니다. 그렇게 선교하여 새로운 자녀를 탄생시키는 어머니가 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와 더불어 하나”(795)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사실 그분은 우리의 머리이시고 우리는 그분의 지체이기 때문에 그분과 우리는 온전히 한 인간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이어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우리의 머리로 보내주신 이 은혜를 이해하십니까? 놀라고 기뻐하십시오. 우리는 그리스도가 된 것입니다”(795)라고 말합니다.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하나가 되는 신비를 “혼인의 결합”으로 보고 그리스도는 “머리로서는 자신을 ‘신랑’이라 부르고 몸으로서는 자신을 ‘신부’라고 부릅니다”(796)라고 말합니다. 성자께서는 당신 희생으로 탄생시킨 교회와 혼인하여서 한 몸이 되시기 위해 아버지를 떠나 세상에 오셨습니다.(에페 5,31-32 참조) 그리스도께서 아버지께 순종하셔서 하나가 되는 것처럼, 교회도 그리스도께 순종하여 그분과 하나가 됩니다. 이렇게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이시고 아내의 머리는 남편이며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느님”(1코린 1,3)이 됩니다. [가톨릭신문, 2020년 7월 5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 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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